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8일 오후(현지시각) 미국과 영국이 제출한 이라크 새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합의했다. 표결은 1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7일 마지막으로 안보리 회원국들과 결의안의 내용에 대해 협의를 마친 뒤 "우리는 8일 오후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이라며 "안보리가 이를 통과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초안 제출 뒤 4차례 수정을 거친 이라크 결의안에서 마지막까지 쟁점이 됐던 부분은 프랑스가 주장한 이라크 임시정부의 '거부권' 문제.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임시정부가 이라크 내에서 다국적군이 벌일 군사작전에 대해 거부권을 가져야 하고 다국적군의 작전 참여 요구를 이라크군이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민감한 공격 작전'을 포함한 광범위한 안보 및 정책 문제에 있어 미군과 이라크 정부가 합의를 이루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추가, 프랑스의 제안을 상당 부분 반영하는 성의를 보였다.
수정안은 또 이라크군의 지휘권은 이라크 각료에게 있으며, 임시정부가 이라크군을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에 참가시키는 권한을 갖는다고 규정해 이라크군의 작전 참여 거부권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장 마르크 드 라 사브리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결의안 내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사실상 합의를 이뤘음을 시사했다. 군터 플로이커 유엔 주재 독일 대사도 "이는 우리의 요구가 90% 정도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를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결의안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은 쿠르드족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제정된 이라크 임시헌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
시아파 최고지도자인 알리 알 시스타니가 쿠르드족의 자치권을 상당부분 인정한 임시헌법 내용이 결의안에 포함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또한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다국적군과 이라크 임시정부와의 관계 등도 불안 요소로 거론되고 있다.
새 이라크 결의안이 채택된다는 것은 국제사회가 6월 말로 예정된 이라크 주권 이양 및 임시정부 출범 등의 제반 정치일정을 인정하고 지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유엔이 이라크 민주정부 출범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1년여 동안 지속된 이라크의 미 군정시대는 막을 내리고, 미군 주도의 연합군은 유엔이 인정하고 미군이 지휘하는 다국적군으로 그 위상이 변하게 된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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