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신도시가 국가 정책의 전략적 수단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2012년까지 전국에 건설하겠다는 수십 개의 신도시는 안정적인 주택 공급을 위한 것이고, 전경련이 제안하고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는 기업도시는 기업 경쟁력 강화가 목적일 것이다. 입지 선정 수순에 들어가 있는 신행정수도는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과 지방의 낙후라는 지난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회심의 전략으로 참여정부의 역점 사업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미래형 혁신도시'는 신행정수도와 같은 목적을 가진 보완적 수단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신행정수도가 정부 이전을 위한 것이라면 혁신도시는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것이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혁신 도시는 10개 광역시·도에 적게는 10개, 많게는 20개까지 분산 건설될 것이지만 충청권에 입지하는 신행정수도로부터 한 시간 이내의 거리에 건설함으로써 행정수도와의 기능적 연계가 유지되도록 한다고 한다. 혁신도시는 지역특성화 및 지역혁신을 지원, 촉진하게 될 특화 기능 군의 6∼10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개발될 것이며 인구는 약 2만 명 정도가 될 것이다.
신행정수도와 혁신도시의 건설이라는 프로젝트는 막대한 국가자원의 투여를 수반하는 미증유의 검증되지 않은 실험이다.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한 나라의 수도 기능을 이렇게 단기간에 대규모로 분산 이전한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정부 기능을 떼어내어 비수도권으로 분산 재배치하는 일이 제로 섬 게임 혹은 마이너스 섬 게임이 될 가능성은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도시를 건설하고 청사를 새로 지어 옮기는 일은 그것만으로는 건설 투자 효과 이외에는 확대 재생산의 의미가 거의 없는 경제활동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이전비용은 막대할 것이다. 도시기반시설과 정부청사 건설비용은 사회가 부담해야 할 총비용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 및 공공기관의 이전은 사회 각 분야의 공간상의 거래질서에 연쇄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많은 사람과 기업들이 전에는 지불하지 않아도 좋았던 교통비용, 시간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고 이러한 비용 부담은 그것이 이전비용보다 커지게 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한 기업의 이전은 거래관계에 있는 다른 기업들의 연쇄적 이전을 유발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기업과 사람들이 지불하는 비용은 엄청난 것이 될 것이다.
신행정수도와 혁신도시의 건설이 타당한 것이 되려면 건설 후에 그것들이 산출하는 편익이 그러한 비용을 상회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그것이 건설되지 않았을 때는 산출할 수 없었던 편익이 건설을 통해 산출 가능하다는 확실한 전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행정수도는 그 스스로 혁신도시가 되어야 함은 물론 모든 혁신도시들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혁신도시 하나하나의 그림은 신행정수도와의 관계 속에서 그려지고 이해되어야 한다.
정부의 발표에는 그러한 그림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행정수도와 혁신도시가 동일한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음에도 행정수도는 행정수도로, 혁신도시는 혁신도시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신행정수도와 혁신도시가 주변 도시들을 포함하여 하나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수도권을 능가하는 제 2의 성장엔진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실한 전망과 그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지지 없이는 신행정수도와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건설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여러 차례의 정부 교체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확실한 전망과 그에 대한 국민적 동의와 지지 확보가 곤란하다면 좀더 점진적이고 추세지향적인 정책을 택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온영태 경희대 건축조경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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