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한 시즌 최다관중 기록은 1995년의 540만 명이었다. 그 해 시즌은 5위 팀까지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고 몇몇 팀은 한국시리즈 직행티켓과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놓고 막판까지 숨막히는 각축전을 펼쳤다. 특히 3만석 이상의 관중석을 갖춘 서울과 부산팀들이 나란히 1, 2, 3위에 올랐고, 이들 세 구단이 동원한 관중이 시즌 총관중의 62%를 차지했다. 프로리그 흥행성공의 핵심 요소인 구단간 전력균형이 이루어진 데다 대형매장을 가진 구단이 좋은 제품을 내놓았다는 호재가 겹친 덕분이다.올 시즌 프로야구는 그때와는 구도가 약간 틀리지만 또 다른 흥미 만점의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다. 현재까지 2위 팀부터 7위까지의 승차가 1게임이내로 피 말리는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1위 팀과 꼴찌 팀이 양쪽으로 다소 떨어져 있지만 그것도 5게임이내로 사정권 밖의 먼 거리는 아니다. 프로야구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도 남을 구도로 진행되고 있고 지난해처럼 주말경기마다 비가 오지도 않으니 흥행 대박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그런데도 전년대비 프로야구 총관중은 제자리걸음이니 프로야구 관람시장에 도대체 무슨 변고가 생긴 것일까. 여러 조사결과에 따르면 흥행의 요인으로는 승차 및 팀 성적, 영화를 포함한 경쟁상품의 유무, 날씨, 스타플레이어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입장료 가격과 연고지 주민의 소득수준 및 인구수 등의 요인을 포함하면 관람스포츠의 흥행 예측도 가능하다. 목하 6개 팀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고 롯데는 꼴찌에 머물고 있는데도 지난해보다 관중은 144%나 증가했다. 또 실미도 같은 강력한 경쟁상품도 나오지 않고 입장료는 그대로인데다 날씨까지 좋다. 그런데 전년동기 대비 관중수가 증가한 구단은 롯데를 포함해 두산(9%), LG(5%) 등 대도시에 위치한 세 구단뿐이다. 나머지 5개 구단은 현재 지난해 관중에 비해 많게는 33%(삼성)에서 적게는 16%(현대)까지 줄어 들었다.
또 다른 요인은 야구 팬들의 소득감소 때문일 수 있다. 이승엽이라는 스타플레이어가 빠진 게 관중감소의 큰 요인일 수 있지만 지난해 홈런레이스로 야구장을 찾았던 잠자리채 부대만큼 덜 왔다고 치더라도 다른 호재를 덮을 만큼의 악재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야구 팬의 엷어진 주머니사정이 주범일 수 있는데 경제 전문가들도 위기니 아니니 하니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과연 그것 때문인지는 시즌이 끝난 다음 IMF시절 총관중과 비교해보면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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