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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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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트레킹

입력
200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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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로 창간 50주년을 맞는 한국일보가 국토의 동단, 울릉도와 독도를 찾았다. 중년 언론의 중후함을 더해가면서도 청년의 기개 및 진취성을 잃지않는 한국일보의 정신과, 동해바다를 지키는 고고한 두 섬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독도에 영토표지판이 세워진 때가 1954년 1월로, 올해로 50년을 맞는 상징성도 빼놓을 수 없다.울릉도는 지금 일본열도 넘어 태평양을 호령하는 진초록 세상이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섬 전체가 푸르디 푸른 빛깔로 뒤덮여 있다. 젊음과 생명이 약동하는 것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독도는 최근 일본의 집요한 영토분쟁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한민족의 거친 숨결을 토해내며, 자주와 독립의 이정표로 우뚝 서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외롭되 결코 외롭지않게 동해바다를 지켜온 국토의 막내 울릉도를 트레킹하며 독도를 탐구하는 여행은 역사와 민초들의 생명력을 반추하는 일정이다.

울릉도여행은 대체로 두가지로 나뉜다. 차를 타고 섬 해안도로를 따라 가거나, 배를 이용해 섬을 한바퀴 일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울릉도의 모든 것을 보았다고 한다면 오산이다.

울릉도의 진경을 보려면 약간의 발품을 팔아야 한다. 알려지지 않은 트레킹코스들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힘든 코스는 아니다. 울릉도 일주도로 중 유일하게 개통이 되지 않은 내수전-섬목구간, 화산폭발로 생겨난 나리분지 트레킹이 대표적이다.

나리분지는 울릉도 성인봉(984m)의 화산폭발 당시 생겨난 움푹 파인 분지. 울릉도 자생꽃인 섬말나리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성인봉의 첫번째 폭발로 나리분지가 생겼고, 2차 폭발로 알봉분지가 만들어졌다. 나리분지와 이 곳을 합친 규모는 100만평 정도. 하지만 울릉도 해안지역에서는 나리분지를 볼 수 없으며 나리분지에서도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독특한 풍광을 선사한다. 울릉도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한 식물을 구경할 수 있는 살아있는 식물원이다. 너와집, 투막집 등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보존돼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너와집과 투막집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본격적인 트레킹 구간이다. 한적한 오솔길 옆 초록짙은 나무가 하늘을 뒤덮었다. 한낮인데도 햇볕을 보기 힘들다. 더운 날씨에도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길옆으로 너도밤나무, 섬피나무, 해송, 소나무, 우산고로쇠나무, 섬벚나무 등이 즐비하다. 나무사이로 섬 초롱꽃, 윤판나물아제비, 섬갈퀴, 섬바디꽃 등 희귀식물이 꽃을 피우고 진다.

길옆으로 울릉국화와 섬백리향군락지도 만난다. 천연기념물 52호로 지정된 곳이다. 6월부터 7월까지는 향기가 백리를 간다는 섬백리향에 취하고, 9∼10월에는 울릉국화의 화사한 자태에 반한다.

이 곳을 지나면 알봉분지이다. 울릉도에서 유일하게 성인봉정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성인봉 오른쪽으로 형제봉, 미륵봉, 송곳산이 줄을 잇는다. 또 다시 시작되는 초록의 향연. 섬남성, 말오줌나무, 섬노루귀, 마가목 등으로 뒤덮인 길을 가다 보면 신령수라는 옹달샘이 나온다. 나리분지에서 2㎞ 지점이다. 트레킹이 목적이라면 이 곳이 반환점이다. 나리분지로 돌아와 야영장을 지나 용출소로 향한다. 중간지점에 위치한 수목원은 울릉도에서 자생하는 모든 종류의 식물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감성이 무딘 관광객도 소나무를 휘감은 등수국 앞에서는 발길을 멈추고 카메라를 들이대기 바쁘다.

나리분지의 투명하고 깨끗한 물이 지상으로 용솟음치는 용출소를 지나면 장쾌한 동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독도를 볼 수도 있다. 추산아래 자리잡은 성불사와 추산일가의 어울림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 바다에는 울릉해안 제1경으로 손꼽히는 코끼리바위(공암)가 화답한다. 바위 너머로 해가 넘어가는 시간에 맞춰 내려오면 잊지 못할 감동을 맛볼 수 있다.

울릉읍 저동 내수전에서 북면 천부리 석포마을로 가는 6㎞ 구간은 울릉도 최고의 트레킹코스로 꼽힌다. 도로가 변변치 않던 시절 울릉도 북동지역 석포, 죽암, 섬목, 선창주민들이 산나물을 재배해 지게에 싣고 도동항으로 넘어갔고, 산나물을 팔아 마련한 돈으로 생필품을 싣고 다시 건너오던 길이었다. 생계를 위해 생겨난 길이 관광자원이 됐다.

폭 1m 남짓한 소로가 이어진다. 섬잣나무, 너도밤나무, 섬피나무, 말오줌나무, 섬노루귀 등 온갖 나무와 야생화가 천지에 널렸다. 길옆으로는 천길 낭떠러지.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지만 한 눈 팔 시간이 없다. 계곡의 물소리도 요란하다. 물소리가 끊어진다 싶으면 새소리가 이어진다. 이도 저도 아니다 싶으면 망망대해가 한눈에 다가온다.

30분쯤 걸으니 오르막이다. 여기서부터 북면이다. 가파르지 않은 경사길을 15분가량 오르면 다시 평지가 나오는데 여기가 석포삼거리이다. 오른쪽 길을 택하면 석포마을, 왼쪽은 주암이다. 석포마을을 택한다. 이 곳에 살면 정이 들어 동네를 떠나기 싫다고 해서 정들포로 불렸던 마을이다. 멀리 울릉도의 부속섬 중 가장 크다는 죽도가 보인다. 죽도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태양은 울릉도 일출에서도 손꼽히는 절경이다.

석포마을 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길을 재촉하면 마지막 갈림길이 나온다. 이왕 발품을 팔았으니 힘든 코스를 택한다. 섬목으로 향한다. 섬목으로 가는 길은 전대미문의 처녀지를 가는 느낌이다. 대나무 숲을 해치고 도저히 길이 없을 것 같은 급경사를 내려오다 보면 관음도와 섬목도선장을 사이에 두고 바닥까지 훤히 비치는 청정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울릉도의 마지막 비경이 이 곳에 숨어있었다.

/울릉도=글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사진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발길 닿는 곳마다 전설이…

울릉도에는 화산폭발로 생겨난 크고 작은 섬과 바위가 많다. 용암이 굳으면서 생겨난 것들이어서 저마다 생김새가 기기묘묘하다. 이런 곳은 으레 전설을 품고있는 법. 그래서 울릉도는 어느 섬보다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다양한 사연을 알고 떠난다면 보다 재미있고 알찬 여행이 된다.

# 사자바위, 투구봉

울릉도의 옛이름은 우산국이다. 신라 하슬라(지금의 강릉) 군주 이사부가 서기 512년 이 섬을 정벌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이사부는 육지에서 나무사자를 만들어 불을 뿜는 것처럼 가장, 항복하지 않으면 섬 전체에 짐승을 풀어 주민들을 몰살시키겠다고 위협, 항복을 받아냈다고 한다.

전쟁에서 진 우산국의 우해왕은 "내가 죽더라도 불사자로 하여금 우산국을 지켜달라"고 유언했고,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이사부가 나무사자를 바다에 던지자 바위로 변했다고 한다. 또 우해왕이 쓰던 투구는 사자바위와 마주보고 봉우리로 변해 투구봉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 촛대바위

저동항 앞에 우뚝 서있는 바위. 저동마을에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늙은 아버지와 함께 사는 딸이 있었다. 조업나간 아버지가 풍랑을 맞아 오랜 기간 돌아오지 않자 딸은 아버지를 찾아 바다로 나갔다. 딸은 그 곳에서 아버지의 돛단배를 보게 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배가 뭍에는 닿지 않고 자꾸 멀어져갔다. 헛것을 본 것이었지만, 너무도 애가 탄 딸은 아버지를 마중하기 위해 바다로 헤엄쳐 나가다가 결국 지쳐 쓰러져 촛대모양의 바위로 변했다. 효녀바위라고도 한다.

# 거북바위

서면 남양3리에 있는 바위. 새끼 거북이를 등에 업은 거북이가 마을로 기어 올라가는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앞마을은 거북이가 기어 들어가는 통처럼 생겼다는 뜻으로 통구미라고 불린다.

# 비파산(국수산)

남양마을 뒷산에 만들어진 주상절리(柱狀節理·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모양으로 굳은 것)을 일컫는다. 우해왕의 왕비 풍미녀가 딸 한명을 둔 채 숨진다. 슬픔에 잠긴 우해왕은 뒷산에 병풍을 치고 대마도에서 데려온 열두 시녀에게 매일 비파를 뜯게 했다고 해서 비파산이라고 부른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겨 국정에 소홀히 하다가 결국 신라에 나라를 내주게 된 셈이다. 국수를 말리고 있는 모습 같다고 해서 국수산이라고도 부른다.

# 삼선암

북면 석포마을 앞에 떠 있는 섬. 멀리서는 2개지만 가까이 가면 3개로 보인다. 바위의 빼어난 경치에 반한 세 선녀가 이 곳에서 목욕을 하곤 했는데 하루는 경치에 너무 취해 승천시간을 놓쳐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받아 돌로 변했다고 한다. 삼선암중 가장 작은 바위인 일선암이 당시 승천시간을 놓친 장본인으로, 옥황상제의 노여움을 더 받아 바위 위에 풀한포기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 성인봉 장군터

울릉도의 최고봉 성인봉에 오르면 제단처럼 생긴 바위 위에 발자국 모양이 남아 있다. 이 흔적은 장군의 발자국이라고 여겨지는 데 왼쪽만 남아있고, 오른발은 육지에 있다고 한다. 때문에 주민들은 울릉도에서 위대한 장군이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육지의 한 사자(使者)가 울릉도를 방문, 성인봉에서 큰 장군이 나면 육지가 위협을 받는다며, 미리 그 장군이 태어날만한 곳으로 추정되는 성인봉에 올라 혈맥에 해당하는 땅을 파니 피가 솟구쳐 바다로 흘러내렸다고 한다. 울릉도에는 이후 위대한 장군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울릉도=한창만기자 cmhan@hk.co.kr

■울릉도에도 호텔 생겼다

울릉도 관광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숙박이다. 숙박시설 수준이 기껏해야 장급여관 수준이어서 보다 쾌적한 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은 선뜻 발을 내딛지 않았다. 하지만 울릉도 최초의 종합휴양리조트 대아호텔(사진)이 최근 문을 열면서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13개의 독립건물에 121개의 객실로 이뤄진 대아호텔은 특급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모든 객실에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베란다가 달려있다. 객실 2개를 합쳐놓은 스위트룸 형태의 VIP실도 5개가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에게 적합하다.

또 바닷물을 끌어올려 조성한 인공해수풀장, 야외공연장, 해안전망대, 세미나실, 바비큐파티장, 족구장, 게이트볼장, 식당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호텔측은 오픈기념으로 7월20일까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한실 7만원, 한실 디럭스 및 양실 8만원. www.daearesort.com, (02)518-5000.

대아여행사는 서울에서 전세버스로 출발, 묵호항에서 한겨레호를 이용, 울릉도를 여행하는 2박3일 상품을 22만7,000원에 판매한다. 4인1실, 장급여관 숙박기준이며, 1인당 3만5,000원을 추가하면 대아호텔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02)514-6766.

여행서비스는 서울에서 울릉도간 전세버스와 배편은 물론, 물회, 약소불고기, 울릉도 산채비빔밥, 오징어불고기, 미역국, 홍합밥 등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음식을 제공하는 '울릉도 관광과 맛여행'상품을 30만원(4인1실기준)에 판매한다. 대아호텔 숙박시 1인당 2만5,000원추가. (02)2277-5425.

철도청과 비타민여행사는 25일 오후 10시 청량리역을 출발, 동해 일출을 본 뒤 쾌속선으로 울릉도에 도착, 울릉도, 독도를 관광하는 3일짜리 상품을 20만7,000원에 내놓았다. 대아호텔은 1인당 1만5,000원 추가. (02)736-9111.

■"숨은 비경을 보고 싶다면 울릉도 양경장을 찾으세요"

"울릉도에 가면 양 경장을 찾으세요."

울릉도를 한두번쯤 여행한 사람치고 양진수(43·사진) 경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울릉경찰서 북면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이지만 울릉도의 숨은 비경을 알리는 홍보도우미로 더 유명하다. 근무가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둘러 매고 울릉도 곳곳을 누빈다.

경북 경주가 고향인 그가 울릉도 지킴이로 나선 것은 1996년 5월 울릉경찰서 민원실로 발령나면서부터.

관광객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 울릉도의 교통편과 현지날씨 등을 물어왔지만 정작 그 자신이 울릉도에 대해 알고있는 단어는 성인봉과 오징어 정도였다고. 조금이나마 상세한 대답을 위해 성인봉을 비롯, 곳곳을 누빈 지 8년째. 이제 현지인들도 인정하는 울릉도전문가로 변신했다. 150여차례 성인봉 정상을 등반하면서 펴낸 '성인봉산행 정복'이라는 소책자는 성인봉 등산과 트레킹의 바이블로 통한다. 구간별로 소요시간과 상세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어 책 한권이면 별도의 가이드가 필요없다.

근무가 없는 날이면 조용히 쉬고 싶은 생각도 있겠지만 밀려드는 동행등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래서 비번날이 더 바쁘다. 그와 함께 등산이나 트레킹을 하고 나면 울릉도에 대한 애정이 더욱 깊어진다. 상세하고도 풍부한 그의 설명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제대로 쉬지 못해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 경장은 "몸은피곤하지만 나를 통해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며 활짝 웃었다. 대답 만큼이나 소박한 웃음이 입가에 흘렀다.016-535-3739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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