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직후 울릉도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8개월만에 다시 울릉도를 찾았습니다. 지금 울릉도는 지난 해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활력이 넘쳐납니다. 관광객이 북적대고 큰 호텔이 문을 여는 등 외형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일전에 울릉도 주민들은 자연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자연을 거스를 힘이 그들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도시인들의 눈에는 그들의 삶이 오히려 느긋해 보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그런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지난 해 태풍때 유실된 해안도로 복구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해안도로는 울릉도의 가장 중요한 관광자원입니다. 관광객을 끌기 위해서라면 날림공사를 해서라도 이미 복구를 했었겠죠.
그런데 정 반대였습니다. 도로상태가 온전한 곳의 포장마저 모두 뜯겨져 나가있었습니다. 보다 튼튼한 공사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택시, 버스 등 관광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불편이 적지 않지만 별로 투정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속담이 있지 않냐는 말까지 잊지 않습니다.
태풍피해로 망가진 도동항에서 행남등대까지의 해안산책로는 여전히 출입이 통제되고 있습니다. 복구공사가 진행되고는 있으나 언제쯤 산책로가 다시 열릴지에 대해 아는 주민은 거의 없습니다.
44㎞에 달하는 섬 일주도로 중 개통이 되지 않은 내수전에서 섬목까지 4.4㎞ 구간은 오래전에 도로개설 계획이 마련됐지만 세부적인 공사진척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단 몇 킬로미터의 미개통구간 때문에 내수전에서 섬목을 가려면 섬 반대편을 돌아가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일주도로가 생기면 편리하다고 말은 하지만 정작 언제 도로가 나는 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떤 주민은 이 때문에 경치좋은 울릉도를 한 번 더 볼 수 있으니 좋지않느냐고 반문합니다. 느긋한 그들의 성격을 다시 한번 읽을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하루하루가 바쁜 도시생활속에서 잠시 들른 울릉도에서 새삼 느리게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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