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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사람이 그립다네, 갈매기도 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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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사람이 그립다네, 갈매기도 섬도…

입력
200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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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착잡하다. 엄연한 우리땅인데도 외국의 책자에 수록되는 지명표기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답답하다. 하지만 곱씹어 보니 부끄러움이 앞선다. 독도를 한번이라도 두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있었던가. 독도를 방문한 솔직한 동기였다. 그러나 아직은 일반 관광객들이 독도땅을 만져보거나 밟아볼 수는 없다. 외교적 혹은 전략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다. 대신 두 눈에 담아올 수는 있다. 울릉도에서 출항하는 독도유람선을 이용하는 방법이다.독도유람선이 처음 뜬 것은 9년전이지만 들쭉날쭉한 스케줄로 날짜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2002년부터는 정기선이 오가고 있는데 한달에 한번, 즉 매월 첫째주 토요일에만 운항하기 때문에 독도방문은 여전히 어렵다. 다행히 이달 중순부터는 매일 운항할 예정이다. 물론 파도가 세거나 기상이 좋지 않으면 결항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흠이지만.

5일 오후 1시30분 울릉도 도동선착장. 유람선 선플라워호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승객 815명을 태울 수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유람선이지만 독도를 먼 발치에서라도 구경하겠다는 관광객들로 금세 정원을 채웠다. 오후 2시, 기적소리를 울리며 항구를 출발한 선플라워호는 시속 45노트(80㎞)의 속도로 망망대해를 질주한다. 파도는 잔잔하지만 해무가 짙게 끼어 시야가 맑지 않다.

독도는 울릉도에서 동남쪽으로 90㎞ 떨어져있다. 날씨가 좋으면 출발한지 20∼30분이면 독도가 보이기 시작하지만 이날은 한시간을 달려도 바다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10분을 더 가니 그제서야 독도의 꼭지점이 바다에서 솟아난다. 마치 해가 바다에서 떠오르듯, 독도의 모습이 또렷하게 나타난다.

홀로 독(獨)자를 쓰기 때문에 한 개의 섬이라고 알기 쉽지만 동도, 서도 등 2개의 큰 섬이 있고, 34개의 바위섬을 거느리고 있다. 420만년전 화산폭발로 생겨났다. 울릉도의 기생화산인 줄 알았는데, 울릉도보다 200만년을 앞선다고 한다.

육지에서는 외교적인 문제를 두고 시끄럽지만 정작 독도자신은 평온하기만 하다. 유람선이 섬에서 100m의 거리를 두고 한바퀴 돌면서 독도의 구석구석을 보여준다. 정상이 비교적 평탄한 동도에는 독도경비대가 주둔하고 있다. 한 관광객이 경비초소를 향해 손을 흔들자 경비대원의 화답이 돌아온다. 섬을 온통 뒤덮은 갈매기들도 육지에서 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배 주위를 날며 관광객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먹느라 정신이 없다. 초병도 갈매기도 사람이 그리운가 보다.

섬 윗부분에는 제법 초록이 짙다. 강한 해풍에다 흙이 부족해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었지만 독도를 아끼는 많은 환경단체들의 숨은 노력이 일궈낸 결실이다.

동도와 서도사이의 형제굴, 동도의 천장굴은 파도의 침식이 만들어낸 선물이다. 현무암과 안산암덩어리인 서도는 끝이 뾰족해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지만 대신 바다제비, 슴새, 괭이갈매기 등 희귀조들의 서식처이다. 국토의 동단이라는 상징성을 빼더라도 너무도 아름다운 섬이라는 사실이 대번에 느껴진다.

30분간의 짧은 쇼가 끝나고 배는 울릉도로 향할 채비를 서두른다. 아쉬움을 달래려는 관광객들이 눌러대는 셔터소리가 더욱 빨라진다. 50대의 한 관광객이 동료들에게 사진을 찍어주며 외친다.

"여기가 어디라고?" "대한민국, 독도."

동료들의 화답에 코끝이 찡해온다.

/독도=글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사진 홍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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