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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를 읽어주는 여자' 성우 황경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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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를 읽어주는 여자' 성우 황경미씨

입력
200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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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눈으로 신문을 읽지 않고 장애인의 입장에서 마음으로 신문을 읽는 자세로 임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를 읽어주는 여자' 황경미(30·프리랜서 성우)씨는 매일 새벽마다 신문을 보다 빨리 접하기 위해 배달원의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선교회가 운영하는 종달새 전화도서관이 시각장애인에게 들려주기 위해 4월26일 시작한 한국일보 청독(聽讀)서비스(서울 02-774-5500·기타 060-704-5500)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새벽잠에서 깨자마자 발성연습에 열중하던 황씨는 신문이 도착하는 즉시 얼른 자신에게 할당된 지면을 펼쳐 본다. 일단 큰 제목부터 한번 훑어본 황씨는 전화도서관과 연결된 녹음전용 전화기를 틀고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낭랑한 목소리로 기사를 한줄한줄 읽어 내려간다. 신문 전체 기사를 총 5명의 성우가 나눠 읽기 때문에 황씨에게 할당된 녹음 지면은 국제면과 사람들면 등 10개면이다.

황씨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세상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시각장애인들을 생각하면 게으름을 부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다만 걱정되는 것은 내가 녹음한 목소리가 얼마나 매끄럽게 청취자들에게 전달되는지 여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새벽부터 시작한 황씨의 작업은 대략 2시간30분만에 끝난다. 최종적으로 오전 9시 이전에 전체 녹음이 완료돼야 하는데 처음에는 마감을 아슬아슬 맞추기 일쑤였으나 이제는 일찌감치 할당량을 채우는 베테랑이 됐다.

그간 다른 일반 여성과 마찬가지로 황씨는 사회문제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일보 청독서비스 녹음을 시작한 이후 어느 누구보다 해박한 시사 상식을 가지게 됐다. 황씨는 "장애인 독자들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면 기사를 읽는 당사자들이 해당 내용을 훤히 꿰뚫고 음성의 고저강약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나만의 독자들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이젠 시사해설가 수준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황씨의 목소리를 들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장애인들은 현재 500여명. 그중 시각장애인 이광형(38)씨에게 한국일보 청독서비스의 의미는 남다르다. 시각장애인들이 간략한 뉴스나 복지소식, 맹학교 동문 소식 등을 전화 사서함을 통해 교류하는 일을 하고 있는 이씨는 "라디오나 TV 등의 뉴스를 통해 정보를 접했지만 보도 내용이 심층적이지 않아 늘 부족함을 느꼈다"며 "하지만 한국일보 기사를 들을 수 있게 돼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시각장애인 음악전도사인 임희남(34)씨는 "발췌하지 않고 전면을 낭독하는 점이 특히 좋다"며 "더구나 필요한 부분만 골라 들을 수 있고 지난 신문도 언제라도 청취할 수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종달새 전화도서관 신인식 관장은 "지금까지 시각장애인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여 온 한국일보를 장애인들에게 들려줄 수 있게 돼 더없이 기쁘다"며 "앞으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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