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안내하는 인솔자가 우리가 보낸 물자에 대해 8차례나 고맙다고 하더군요. 두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꼭 다시 일어나겠다'고 할 때 피해지역 주민들의 복구 의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북한 조선적십자회 초청으로 용천 참사 현장을 방문하고 8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윤구(74)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용천 참사 현장 복구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이 총재의 용천 현장 방문은 참사 이후 남측 인사로는 처음이었다.
이 총재 일행은 5일 베이징을 통해 평양에 도착한 뒤 6일 용천 현장을 방문해 2시간 동안 복구 상황 및 의료지원 실태, 지원 상황 등을 살펴 봤다. 방문단에 따르면 용천 참사로 1,850여 가구가 삶의 터전을 잃었고 그 중 400여 세대가 지금도 임시주택이나 텐트에서 기거하고 있다.
이 총재는 "용천군 인민병원에는 화상·골절 환자 30여명이 수용돼 있었고, 전체 병원의 60%가량이 지원 물자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아직도 태부족"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군인을 포함한 1만5,000여명이 복구 작업에 투입돼 벽돌집을 2,3m 높이까지 올리는 등 놀라울 정도로 빠른 복구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언론을 통해 보았던 참혹한 광경은 찾아 볼 수 없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적십자사측은 이번 현장 방문결과 식수공급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판단, 향후 상하수도 건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상하수도가 대부분 파괴돼 2㎞를 걸어가 물을 길어 오는 등 식수난이 심각하다"며 "국제적십자연맹측과 협의해 상하수도 건설 자재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적십자사측은 '긴급구호물품 지원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북한측의 설명에 따라 앞으로는 복구 자재 및 장비 지원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적십자사 관계자는"그 동안 북한의 특수성 때문에 지원 물자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 총재의 방문을 계기로 검증절차를 확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4월28일부터 적십자사는 북한에 260억원 상당의 긴급 구호물품과 시멘트 굴삭기 등 복구 자재 및 장비를 지원했다.
한편 이 총재는 7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남측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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