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라의 하늘을 떠받치며높고 푸른 산이 하나 솟아오르고 있었다
눈부시게 밝은 햇살 머금고
이 겨레의 아침을 열고 있었다
1954년 6월 9일
저 어둠에 갇힌 세월과
동족상쟁의 피비린 잿더미를 딛고
우렁찬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세상을 깨우는 붓을 일으켜
마침내 <한국일보> 가 태어나고 있었다 한국일보>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었다
가뭄에 타는 가슴을 적셔주는
달디달게 솟구치는 샘물이었다
구부러진 역사 다시 펴고
헝클어진 겨레의 마음 어루만지는
새 <한국일보> 의 얼굴은 푸르름이 넘쳐 흘렀다 한국일보>
썩은 정치에는 칼을 대고
보릿고개의 허리띠를 풀어주며
빛나는 문화민족의 혼불을 드높여
더불어 고르게 잘사는 나라
자유와 민주와 평화가 꽃피는 나라
분단과 갈등의 벽을 허물고
한 겨레 뭉쳐서 지구촌에 우뚝서는 나라
그 희망의 봉우리를 향하여
<한국일보> 의 윤전기는 돌아가고 있었다 한국일보>
그렇다, <한국일보> 는 한국일보>
우리의 새벽을 깨워주었고
행복한 아침식탁을 꾸며주었고
농촌에서 도시에서 전선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흙 묻은 손을 씻어 주고
얼굴의 기름때를 벗겨주며
철조망의 바람소리를 잠재우는
반가운 손님, 정다운 친구였다
세계의 창을 열고
쏟아져 들어오는 첨단문명과
우주를 넘나드는 과학을 캐내며
문화창조의 심지에 불을 밝혔다
독재를 쓰러뜨린 4·19부터
민주주의의 탑을 한층 한층 높이고
서울올림픽 월드컵 4강 IT강국으로
세계의 열강들과 어깨를 부비며 나서기 까지
당당한 <한국> 을 국민과 함께 키워왔다 한국>
돌아가자
숨가쁘게 달려온 반세기를 거슬러
우리가 기름과 땀으로 쌓아올린
은하의 별보다 많은 활자들의
부릅뜬 눈망울을 되새기며
불도저같이 25시를 온 몸으로 뛴
장기영 사주의 창업정신으로 돌아가자
하여, 다시 반백 년 아니 반천 년의
위대한 <한국> 을 세우는 붓을 갈자 한국>
<한국일보> 는 우리들의 한국일보>
미래이다, 번영이다, 통일이다
영원히 뻗어나가는 산맥이다
우리 심장에 새 기름을 치자
어둠을 박차고 새벽을 울리는
종소리가 되어 달려 나가자
산과 물을 맑게 씻기우고
겨레의 가슴 마다에 꿈을 꽃피우는
금빛 아침해로 떠오르자
더 높이 하늘로 솟아오르자
/이근배
1964년 본지 신춘문예 당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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