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7일 참여정부 국정2기를 이끌어갈 새 총리 후보를 고르는 데 골몰했다.당초 총리 후보로 유력시됐던 김혁규 의원이 총리직 고사 뜻을 밝힘에 따라 노 대통령은 새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노 대통령은 9일께 총리 후보를 지명할 예정이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청와대의 총리 추천 인사회의에 이어 당 지도부와의 상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8일 총리 지명은 어려울 것 같다"며 "여당의 추천도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혁규 카드가 무산됨에 따라 새 총리 인선 기준으로 우선 '국회의 검증 과정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는 인물'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인 한명숙 의원, 전윤철 감사원장, 이헌재 경제부총리 겸 총리직무대행, 오명 과학기술부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전 원장은 이미 국회 검증을 거쳤으며 부패 추방과 경제에 대해 모두 잘 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으나 윤태영 대변인은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말했다. 전 원장은 전남 출신이어서 재·보선에서 논란이 된 '호남 소외론'을 해소하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
우리당 내에서는 한 의원과 이 부총리를 추천하는 인사들이 많다. '여성 총리' 컨셉 차원에서 거론되는 한 의원은 여성부·환경부장관을 지낸 데다 개혁 성향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한 의원이 내각 전체를 제대로 통할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이 부총리도 능력을 이미 검증받았지만 총리로 진급할 경우 경제 부총리와 업무 영역이 겹쳐지는 게 문제다.
일부에서는 진념 경제부총리를 추천하지만 김원기 국회의장,신기남 우리당 의장과 같은 전북 출신이라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전국정당화'를 목표로 당초 김혁규 의원을 선택했던 것처럼 영남권 출신을 총리 후보로 다시 내세우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럴 경우 경북대 총장 출신인 박찬석 우리당 의원과 허성관 행장부 장관 등이 거명된다.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한 우리당 문희상 의원을 대타로 거론하는 인사들도 있다.열린 우리당 지도부가 누구를 총리후보로 추천할 지 주목된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김혁규 총리론' 마침표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에 대한 총리 지명이 사실상 백지화함에 따라 김 의원의 '6개월 드라마'도 마침표를 찍었다.
전날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총리직 고사의 뜻을 밝혔던 김 의원은 7일 국회 개원식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내 뜻을 수용하리라 생각한다"며 "지명을 강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김 의원은 그 동안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무척 고통스러웠다"며 "보름 전에도 고사의사를 밝혔는데, 더 이상 총리 문제로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우리당에 입당하면서부터 '경남 대통령' 'CEO형 총리'로 불리며 여권 실세로 급부상,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배신자' '권력을 쫓는 철새' 등 야당의 공세에다 '영남 퍼주기' '영남권 공략을 대가로 한 개혁성 후퇴'라는 당내 소장파의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계속되는 논란 속에 이번 재·보선 참패는 그에게 총리 직을 포기토록 하는 결정 타가 됐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국내에서 그 만한 CEO 총리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능력 있는 인사가 당 안팎의 지역주의 벽에 무너진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촌놈이 서울 와서 뭘 해 보려니까 잘 안 된다"며 그간의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김 의원의 낙마는 영남 권에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노 대통령의 동진정책에 아픈 상처를 남겼다.
6개월간의 뜨거운 논란의 한 복판에서 한걸음 비켜서게 된 김 의원은 "앞으로 대통령 경제특보직을 유지하면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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