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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이경규의 굿타임/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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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이경규의 굿타임/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

입력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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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났던 친구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술 마시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사람들과 만나면 술을 마실 수 밖에 없다고. 만나면 그냥 이야기만 할 수 없어서 뭔가 하긴 해야 하는데 다들 할 줄 아는 게 술 마시는 것 밖에 없다고 말이다. 꼭 얘기하면서 뭔가 할게 있어야 얘기가 쉽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다.미국에서 토크쇼는 말 그대로 토크쇼다. 게스트가 나오면, 사회자들은 별다른 장치 없이 대화에만 집중하는 편이다. 반면 한국은 이런 미국식 토크쇼가 자취를 감췄다. 요즘 토크쇼들은 토크쇼보다는 게임에 가까운 형태로 제작된다.

KBS '해피투게더'의 '쟁반노래방'이나 SBS '야심만만'같은 프로그램들은 노래가사나 설문조사를 맞추는 게임 프로그램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토크쇼이다. 중요한건 게임에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때론 벌칙을 받더라도 시청자들을 실컷 웃기고, 게스트의 출연작이나 노래를 얼마나 잘 홍보하느냐 같은 것들이다. 오히려 게임만 너무 잘하면 재미없고 얄미운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SBS '이경규의 굿타임'(사진)은 이른바 게임과 토크쇼가 혼합된, 하이브리드성 오락프로그램의 최전선에 있다. 메인코너인 '고백의 시간'에 등장하는 스타들의 황당한 경험담은 재연 프로그램의 일종이고, 그 고백이 게스트 중 누구의 경험담인가 맞춘다는 규칙은 SBS '진실게임'과 같은 추리, 혹은 심리 프로그램에 가깝다.

한 코너 안에는 두 개의 작은 코너가 숨어있고,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은 게스트들의 토크에 의해서다. 게스트들은 범인을 맞추는 한편 재연에서 벌어진 사건을 소재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기도 하고, MC 이경규와 작은 말다툼을 하면서 개그를 하기도 한다. 토크쇼와 게임의 경계는 모호하고, 게스트들은 게임과 토크를 함께 즐기면서 자신이 꼭 무슨 재미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난다.

비록 아직은 '진실게임'처럼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에 긴장감이나 반전은 없지만, '이경규의 굿타임'은 최소한 말하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심심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대화에 도움이 되는 잘 만든 칵테일이랄까.

반면 SBS '김용만 신동엽의 즐겨찾기'는 출연자들이 함께 노래를 만드는 '노래 만들기'와 두 MC와 게스트들이 연기를 하면서 서로를 속이는 '콤비대결 어깨동무'등으로 역시 게임과 토크를 동시에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은 양쪽 다 제대로 잡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노래 만들기'는 소재 자체가 시청자들이 같이 참여하기 불가능한데다가 실질적으로 두 MC의 대결이면서도 두 MC의 대결은 마지막에만 잠깐 이루어져 토크쇼 특유의 치고 받는 재미가 덜하다. '콤비대결 어깨동무'도 대결형식이지만 게임자체가 신선한 것도 아니고, 출연자들은 상대방이 요구하는 연기를 하느라 출연자간의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입담에 관한 한 정상급인 두 MC를 내세운 만큼 토크의 재미를 보다 이끌어낼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할 듯 싶다.

당신은 술을 마시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는가, 아니면 사람을 만나기 위해 술을 마시는가. 어느쪽이라도 상관없지만, 최소한 만나고 나서 재미있었다는 느낌은 얻고 돌아와야 한다. 그리고 그건 '한국식' 오락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강명석/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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