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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입력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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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 숭고한 잠언이다. 그러나 그 죄인이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연쇄 살인범이라면? 그 피해자가 당신 가족이라면? 잠언에 따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영화 '몬스터'(Monster)는 다시 한번 외친다. "그래도 죄 지은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고. 설령 그 죄인이 연쇄 살인범이라도.2002년 10월9일 미국 플로리다 교도소의 전기의자에서 한 여성이 사형당했다. 그녀의 이름은 에일린 워노스. 89년부터 90년 사이 남성 6명을 살해한 미국 최초의 여성 연쇄 살인범이다. 사람들은 그녀를 '괴물'(monster)이라고 불렀다. 영화는 이 실화를 바탕으로 그녀의 살인 행각을 뒤쫓는다. '어떻게 누구를 살해했는가'라는 검사의 시각이 아니다. 정당방위로 시작된 최초의 살인이 연쇄 살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하면서, '왜 그녀는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변호한다.

리(샤를리즈 테론)는 어릴 적 마릴린 먼로를 꿈꿨던 꿈 많은 소녀였다. 그러나 불우한 환경 탓에 13세부터 거리의 창녀로 나섰다. 삶의 비애를 느낀 그녀는 자살을 결심하지만 우연히 레즈비언 소녀 셀비(크리스티나 리치)를 만나면서 인생이 바뀐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어린 셀비를 위해 번듯한 직장에 다니기로 한 것. 그러나 어디 세상이 그리 만만할까. 거듭 퇴짜를 맞은 리는 결국 다시 몸을 팔고, 그러다 가학적인 섹스를 요구하는 남자에게 총을 쏴버린다. 최초의 살인이었다.

영화는 연쇄 살인의 이유를 셀비에 대한 리의 절박한 사랑에서 찾는다. 리에게 셀비는 삶의 전부였다. 셀비가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는 통에 '그 짓'을 할 수밖에 없었고, 아내를 놔두고 자기와 관계를 가지려는 남자들에게 계속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그녀의 총구 앞에서, 임신한 딸 이야기를 하며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하던 무고한 시민의 목숨은 무엇으로 보상 받나? 영화는 아쉽게도 이들 피해자의 시선을 외면한다. 왜? 피해자의 입장에 서는 순간, 영화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으므로.

모델 출신의 아름다운 여인 샤를리즈 테론이 길거리 창녀 이미지를 위해 몸을 불리고 눈썹까지 밀었다. 그리고 올해 아카데미, 골든글로브,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실화를 촘촘하게 재현해낸 여성감독 패티 젠킨스의 연출실력도 빼어나다. 18세 관람가. 18일 개봉.

/김관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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