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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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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선데이

입력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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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1980년 5월18일은 아픈 상처로 남아있다. 아일랜드의 72년 1월31일도 마찬가지. 공교롭게 모두 일요일이다. 그것도 피로 얼룩진 일요일이다.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블러디 선데이'(Bloody Sunday)는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발생한 피의 일요일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날 3,000명의 영국 공수부대원은 시민권을 주장하며 평화 행진을 하던 아일랜드인 1만명에게 무차별 발포, 13명이 숨지는 비극을 낳았다.

사건이 확대되자 공수부대는 쓰러진 청년의 시체에 폭발물을 넣어놓고 폭도들에 대항한 자위권 발동이라고 주장했다. 여러 면에서 80년 광주를 연상케 한다.

영화는 역사 기록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만 하룻동안 벌어진 사건을 시간 순으로 시위대와 공수부대 화면을 교차 편집해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특히 시위와 공수부대 발포 장면은 현장감이 돋보였다.

뉴스 보도처럼 끊임없이 흔들리는 카메라와 필름 입자가 거친 화면때문이다. 여기에는 어떤 기교도 없다. 담백한 사실만 있을 뿐이다.

출연자들도 역사의 굴레에 묶여 있다. 제리 도너히를 연기한 디클란 더디는, 피의 일요일 사건 당시 첫 사망자였던 재키 더디의 조카다. 공수부대원은 전직 공수부대원들이, 시위대는 실제 주민들이 출연해 사실감을 높였다.

그러나 사건 재연에 충실하다 보니 영화는 무미건조하게 느껴진다. 배경이 되는 북아일랜드와 영국의 해묵은 갈등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사전 지식이 없다면 영화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자리를 뜨지 말고 무겁게 흐르는 아일랜드 록 밴드 U2의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에 귀를 기울여 보자. 익숙한 곡이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일요일, 피에 젖은 일요일이었어"라고 절규하듯 울부짖는 노래가 평소와 다르게 가슴을 때린다. 12세 관람가, 18일 개봉.

/최연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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