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열린우리당 내에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전당대회 개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조기 전대론은 당내 역학구도와 관련, 계파별 대결 양상으로까지 전개될 조짐이다. 논란이 분분하자 급기야 지도부는 오는 10일 중앙위원회에서 표결로 조기전당대회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선거 패배 책임론과 맞물려 조기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은 재야파 중진 그룹과 개혁당 그룹 등 비당권파에서 주로 나오고 있다. 임채정 의원은 7일 "상례적으로 본다면 이런 사태가 생기면 전당대회를 해야 하고,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책임 있는 모습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달 의원도 "이번을 계기로 원내정당화를 위해 원내대표가 당대표를 겸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형태로든 현 지도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당 그룹도 조기 전당대회론을 내세웠다. 김원웅 의원은 "새로운 지도부를 뽑아서 일신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진성당원이 모자란다는 얘기를 하는데 언제는 진성당원으로 대표를 뽑았나"라고 주장했다. 유시민 의원은 "중앙위원회에 정식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김형주 의원도 "국면전환을 할 수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가세했다. 재보선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지도부와 당권파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반해 조기전대 불필요론은 이른바 재선그룹 등 친(親)당권파쪽에 많다. 송영길 김부겸 이종걸 임종석 정장선 최용규 안영근 의원 등 재선 소장파 의원들은 이날 조찬모임을 갖고 "지금은 현 지도부 위주로 당을 추스려야 할 때"라며 조기전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용규 의원은 "지도부 사퇴론 제기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고 청와대 출신인 문희상, 유인태 의원도 당내 역학구도 변화에 따른 혼란과 후유증을 걱정해 조기 전대를 반대하는 분위기다.
논란이 확산되자 신기남 의장 등 지도부는 이날 오후 긴급 상임중앙위원회를 열고 7∼8월 조기전당대회와 내년 초 전당대회, 두 가지 안을 놓고 10일 중앙위원회에서 표결로 결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사실상 지도부가 정면으로 재신임을 물은 셈이다. 표결로 조기전당대회 여부가 결정나게 됐지만 결국 조기전대 논란은 향후 당내 권력지도 변화와 맞물려 당권파와 비당권파간 세대결 양상 등으로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與 파워구도 변화 조짐
6·5 재·보선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에서 신기남 의장 등 지도부 사퇴론이 제기되면서 여권 내 권력 지형에 미묘한 변화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이번 재보선 패배는 신 의장과 천정배 원내대표 등 당권파에 타격을 주면서 당내 역학 구도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즉, "신 의장과 천 대표의 '투톱 체제'가 자신들의 정치적 역량을 검증할 시험대였던 재·보선에서 완패함으로써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김혁규 총리 카드를 둘러싼 당내 논란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이 당·청간 불간섭을 강조한 것도 이들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이 될 개연성이 있다.
당권파에 대한 책임론이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이어질 경우 당권파의 공백은 상당 부분 김근태 이해찬 임채정 장영달 의원, 이부영 상임중앙위원 등 재야 출신 중심의 중진 그룹이 채울 공산이 크다. 그 동안 당 의장 경선 및 원내대표 경선에서 잇따라 당권파에 밀렸던 이들은 이번 재·보선 패배에 대해 "지도부의 지도력과 당 장악력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당권파를 압박하고 있다. 장영달 의원은 7일 "당이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데 미흡했다"면서 "당내 여러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지도체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서 3일 밤 회동을 갖고 재보선 이후 정국에 대해 의견을 나눴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새 지도부 선출 시 권력 쟁투에 대한 부담 때문에 당권파와 비당권파가 힘을 균점하는 '혼합형' 집단지도체제가 들어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문희상 유인태 염동연 이광재 서갑원 의원 등 친노 직계 그룹도 당권파의 위축으로 상대적으로 입지가 넓어진 상태다. 당내에선 "대통령 정치특보직이 폐지돼 당·청간 고리가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대통령의 의중을 당에 전파하고 집권2기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줄 축으로 이들이 부상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다.
유시민 김원웅 박명광 의원 등 개혁당 출신 그룹 역시 역할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당 지도부와 재선 그룹이 "조기 전대는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지도부 사퇴 불가론'을 들고 나온 것도 다분히 이들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진성 당원을 양성하지 않고 곧장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선출할 경우 응집력이 강한 개혁 그룹이 당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각 세력 내에서도 재·보선 결과와 진로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어서 여권내 세력재편 과정은 무척 복잡한 양상을 띌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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