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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金비법전수]<5> 역도 전병관 상비군감독―유망주 장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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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올림픽 金비법전수]<5> 역도 전병관 상비군감독―유망주 장미란

입력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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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세계 최고야!(전병관)" "오마이갓(Oh my God), 농담은 이제 그만!(장미란)" "(아테네 갈 때) 김치도 재워가야 하는데.(전)" "(코를 막으며) 으그, 냄새 배요.(장)" 4일 태릉선수촌 역도경기장. 모처럼 만난 전병관(35) 역도 상비군 감독과 아테네올림픽 여자역도 무제한급 금메달 유망주 장미란(21)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주거니 받거니 설전을 벌이는 모습은 오누이처럼 스스럼없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동료들과 "키득키득" 거리며 탄력을 키우기 위한 점프 훈련에 열중하던 장미란이었다. 전 감독을 보자 육중한 몸으로 "코치님!" 부르며 쪼르르 달려오는 폼이 오히려 앙증맞다. 살은 많이 붙었지만 장미란에게 보내는 전 감독의 부드러운 미소는 여전하다.

전 감독이 "허리는 괜찮니?"하고 묻자 "허리보강 운동하느라 죽겠어요" 하곤 되려 엄살이다. 그러자 시어머니 며느리 득달하듯 전 감독의 전매 특허인 잔소리가 "달달달달∼" 장미란을 향해 쏟아진다. "아이참, 그만하세요"라고 하지만 꾸역꾸역 고개를 주억거리는 장미란도 싫은 눈치는 아니다.

한국 역도는 올림픽무대에서 무려 12년을 침묵했다. '작은 거인' 전병관이 1988올림픽 은메달에 이어 92바르셀로나에서 황금바벨을 번쩍 들어올린 이후 금맥(金脈)은 고사하고 96애틀랜타와 2000시드니 모두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선수 코치 모두 손 놓고 "세월아 네월아" 신세한탄만 한 게 아니다. 음지에서 양지에서 제 몸무게의 2.5∼3배 되는 바벨을 들고 또 들며 다시 세계를 들어올릴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역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80∼90년대 한국역도의 견인차노릇을 했던 전병관 역시 96애틀랜타올림픽 용상에서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실격 당해 선수생활을 접었지만, 2001년부터 여자 상비군 코치로 나서 묵묵히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의 첫 작품이 바로 장미란이다.

강원도 소녀 장미란(원주)은 98년 상지여중 3학년말에 소시적 역도 선수였던 아버지와 친분이 있던 원주시청 김해광 감독의 권유로 바벨을 들기 시작했다. "운동도 싫은데 창피하게 여자가 무슨 역도냐"며 몇 달 도망 다닌 끝에 김 감독의 삼고초려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무섭게 급성장했다. 2001년 전 감독은 장미란을 처음 보자마자 대뜸 "여 장사라고 할만큼 근육이 크고 힘이 좋아 자세만 잘 만들면 아테네에 갈 수 있다"고 장담했다. 장미란은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았고 급기야 내기까지 걸었으니 지금 따져보면 장미란이 내기에서 진 셈이다.

전 감독은 자세교정부터 했다. 역도는 기구가 올라가는 동선이 중요한데 장미란은 자꾸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렸다. "무게중심을 정 중앙으로 잡도록 세뇌시키고 그렇게 하도록 연습을 거푸 했습니다." 자신이 개발한 역도화도 직접 만들어 신겨주었다. "역도화 사업은 실패했지만 제가 가르치는 선수들에겐 제가 만든 역도화를 신게 했어요. 그랬더니 기록이 쑥쑥 오르더라구요."

지난해 장미란이 국가대표로 발탁되면서 전 감독과의 인연은 잠시 끊겼지만 그의 가르침은 올해 4월 대표선발전 여자 무제한급 용상에서 170㎏(종전 168.5㎏)의 비공인 세계신기록으로 빛을 발했다.

장미란의 세계신기록을 직접 일궈낸 오승우 국가대표 감독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격조건(키 170㎝ 몸무게 110㎏)과 넉넉한 자신감 때문에 남은 기간 심리적인 안정만 취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된다"고 자신했다.

최대 라이벌인 우크라이나 선수가 용상에서 10㎏이나 뒤져있지만 장미란은 여전히 걱정이다. "중국 선수들도 비공인 신기록을 세웠다는데…" 전병관 감독이 장미란의 말허리를 잘랐다. "니가 최고야, 자신감을 가져!"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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