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이전까지 우리 TV방송은 흑백이었다. 당시 시청자를 울고 웃기던 흑백 브라운관의 영웅은 슈퍼맨도 아니고, 맥가이버도 아니었다. 신세대들은 듣도 보도 못한 벌거숭이 영웅 타잔과 원더우먼이다. 그들이 다시 돌아온다. 1970년대 맹활약을 펼친 타잔, 원더우먼, 형사 콜롬보 등 인기 외화 주인공들이 그때 그 모습으로 DVD를 통해 부활한다.
밀림의 왕자 타잔
1914년 E.R. 버로스가 쓴 소설 '유인원 타잔'을 통해 데뷔한 타잔은 원래 영국 귀족의 아들이다. 갓난아기때 부모가 아프리카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해 버려진 아기를 동물들이 키웠다. 덕분에 야생동물 뺨치는 민첩함과 싸움기술을 갖췄고, 결정적으로 동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처럼 매력적인 존재이다 보니 31년 미국 MGM영화사에서 영화로 만들었다. 당시 타잔을 맡았던 주인공은 파리와 암스테르담 올림픽(1924, 28년)에서 금메달 5관왕이었던 수영선수 조니 와이즈뮬러. 잘 생긴 얼굴에 균형잡힌 몸매를 갖췄던 조니는 영화 속에서 팬티만 걸치고 칼을 찬 채 밧줄처럼 늘어진 넝쿨을 붙잡고 밀림을 날아다녔다. 특히 그가 비명처럼 길게 내지른 소리에 맞춰 코끼리 떼가 몰려들어 악당들을 짓밟을 때면 관객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쾌함을 느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를 DVD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 1904년생인 그는 84년에 고인이 됐다. 워너홈비디오코리아에서 조니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내놓은 타잔 DVD 시리즈는 타잔 영화의 효시인 '정글의 왕 타잔'(31년), 타잔 시리즈 최고의 결투로 꼽히는 악어와의 싸움이 들어 있는 '타잔과 친구들'(34년), '타잔, 숨겨진 보물'(41년) 등 모두 6편. 당연히 60∼70년전 작품이다보니 모두 흑백영상이다. 8일 출시 예정.
형사 콜롬보
이 세상 모든 영웅이 잘 생기고 기운 센 것만은 아니다. 1968년 미국 NBC TV에서 제작한 시리즈 '형사 콜롬보'의 주인공 콜롬보 반장은 왜소하고 잘 생기지도 않았지만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범상치 않은 추리력으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했다.
콜롬보 역의 피터 포크는 구겨진 트렌치 코트와 함께 세계인의 수사반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의 외모보다 목소리가 더욱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고인이 된 성우 최응찬씨의 코막힌 특유의 더빙 말투는 콜롬보의 상징이었다.
7월 출시될 '형사 콜롬보'에는 안타깝게도 그의 목소리가 들어가지 않아 반쪽짜리 콜롬보가 됐지만, 피터 포크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갑다.
2장의 디스크로 구성된 DVD에는 71∼72년에 제작된 3편의 에피소드가 들어있다.
나는 원더우먼
70년대 국내 TV 방영 제목은 '날으는 원더우먼'. 국내 방송사에서 문법에 어긋나게 붙인 제목 때문에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나는'이 아니라 '날으는'으로 기억하는 원더우먼은 괴력을 지닌 여전사다.
윌리엄 마스턴이 41년에 창안한 만화 주인공 원더우먼은 지구 어딘가에 숨겨진 비밀의 섬 파라다이스 왕국의 공주로, 날아오는 총알을 팔찌로 막고 황금 밧줄을 던져 상대를 꼼짝 못하게 옭아맨다. 평소에는 여군으로 위장하고 있다가 악당이 출현하면 슈퍼맨처럼 빙글 돌아서 고유의 복장으로 변신한다.
원더우먼이 우리의 영웅으로 떠오른 것은 75년 미국 ABC에서 TV시리즈로 만들면서부터. 당시 원더우먼을 맡았던 미스 월드 출신의 린다 카터는 눈부신 미모와 함께 수영복이나 다름없는 의상으로 숱한 남성 팬들의 넋을 빼놓았다. 7월에 나올 DVD는 총 3개의 시즌 가운데 우선 시즌1의 14개 에피소드를 6장의 디스크에 담는다. 모든 영상은 컬러이며 모노 음향을 지원한다. '원더우먼 팔찌의 비밀' 등 부록이 함께 수록될 예정.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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