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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부모형제와 애완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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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부모형제와 애완견

입력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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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겪은 일이다. TV에서 한 젊은 남자가 외국산 애완견을 안고 나와 자랑을 했다. 자기 말을 잘 듣고 눈치가 빠르며, 얼마 전 새끼 두 마리를 건강하게 낳았다는 것이다. 애완견을 좋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는 심지어 두 마리가 태어난 날짜와 시간까지 정확히 기억했다.그러자 진행을 하던 여자 아나운서가 반색을 하며 물었다. "선생님 가정에 자녀가 몇이십니까?" 남자가 둘이라고 대답하자 아나운서가 "그럼 자녀 두 분의 생년월일도 정확히 아시겠군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남자는 미안한 듯 조그만 목소리로 "사실 두 아이의 생일은 정확히 모릅니다"라고 털어놓았다.

나는 이 남자의 대답을 들으면서 어처구니 없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는 하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 생일은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유명 연예인에 관해서는 생일은 물론 잡다한 사항까지 꿰뚫는다고 한다.

유명 연예인은 생일이 되면 집으로 팬레터가 쏟아진다고 한다.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살아가면서 세 가지 즐거움을 누리기를 희망했다. 맹자는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다고 했다.

첫번째 즐거움은 '부모구존 형제무고(父母俱存 兄弟無故)'이다. 우리가 사는 동안 부모님이 아무 탈없이 잘 지내시고 형제들도 잘못됨이 없이 살아야 즐겁다는 뜻이다. 둘째는 '앙불괴어천 부불작어인(仰不愧於天 俯不祚於人)'이다. 위로 하늘을 우러러 아무런 부끄러움이 없고 아래로 사람을 굽어봐도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뜻이다. 셋째는 '득천하영재 교육지(得天下英才 敎育之)'이다. 온 세상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고 기르는 것이 또한 즐거움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멋스러운 말인가?

서양의 풍속이 이 땅에 만연하고 있고 우리는 황금만능의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돈을 많이 벌면 성공한 사람으로 우러러보는 세상이다. 물론 돈을 번다는 것도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천륜으로 맺어진 부모형제 사이는 변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동물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일도 좋은 일이지만 동물애호가 도를 넘어 천륜보다 더 중요시된다면 우스운 일이 아닐까?

/장길현·충남 서천군 비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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