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소설가들의 비판과 권고에 대해 젊은 소설가들이 답했다. 계간 '대산문화' 2004년 여름호 특집 '젊은 소설가는 말한다'에서 김연수(34) 이만교(37) 천운영(33) 박민규(36)씨 등 우리 문단의 기대주로 주목받는 작가들이 자신의 문학세계와 현재의 문학환경 등에 대해 발언했다. 대산문화 봄호 특집에서 서정인 김원우씨 등 선배 작가들이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 평가한 데 대한 반론인 셈이다.이만교씨와 박민규씨의 목소리는 신랄하다. 이씨는 기존의 문단 관습으로는 소설의 위기를 뚫지 못한다면서, "지금 문단을 이끌고 있는 중단편 중심의 관행, 색깔 없는 늙고 획일적으로 고루한 심사방법의 각종 문학상 제도의 난립, 자사 출판사의 실적을 고려한 비평이나 권위적 지도비평 등은 모두 지양되어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본격문학이 대중의 현재 고민과 정서를 반영하지 못해 소외되고 있다는 것, 사회성과 무거움을 너무 단순하게 강요하는 낡은 습성이 문단에 만연해 있다는 것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박민규씨는 '조까라, 마이싱이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기고문에서 적나라한 문체로 한국문단을 비판했다. "지금의 위기는 문학의 위기가 아니다. 문학의 위기를 떠드는 놈들의, 위기일 따름이다." "근친상간 그만하자. SF도 추리도 공포소설도, 심지어 제대로 된 하이틴 로맨스도 있어야 정상이 아닌가?" 문학이 '시시해진' 시대에 박민규씨는 "강해야만 하고 강해지고 싶다"고 말한다. '문학에 관심 없는' 세상을 이길 만큼 좋은 소설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김연수씨와 천운영씨는 자신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을 통해 오늘의 문학의 위기를 짚고 있다. 김연수씨는 "우리 시대에 새로운 소설을 쓴다는 건 갈수록 어렵다. 소설 이전에 먼저 새로운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한 소설가를 만들어야만 한다"면서 "새로운 소설을 쓰기 위해 나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을 해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천운영씨는 "여성 작가에 대한 기대와 실망은, 독자와 평론가와 작가 스스로에 의해 내려진 규정에서부터 온다"면서 "나는 여성작가가 아니라 그냥 작가였으면 좋겠다. 글 속에서 여자가 아니라 인간의 냄새가 맡아지는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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