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경기 가평군 북면 화악2리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발굴현장에서 유해와 함께 발견된 빛 바랜 흑백 사진의 주인공이 확인됐다.육군 27사단은 53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된 사진의 주인공은 당시 국군 5사단 36연대 본부 소속으로 참전했던 나영옥 상병이라고 6일 밝혔다.
27사단에 따르면 나씨의 일곱째 동생 영일(57·서울 중랑구 신내동)씨가 5일 언론에 보도된 사진과 자신이 보관중이던 사진의 인물이 동일인임을 확인하고 유해발굴단에 연락해 왔다.
영일씨는 "당시 18∼19살이었던 형님은 전남 벌교에서 법원등기소 서기로 근무하다 징집됐다"며 "등기소에서 비닐로 코팅한 사진을 나에게 줘 같은 사진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영일씨는 또 형님 영옥씨가 고등고시에 합격했고 그 기념으로 왼쪽 윗주머니에 2개의 만년필을 꽂고 손목시계를 찬 채 사진을 찍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덧붙였다. 이번에 전사자로 확인된 나영옥씨는 8남매 가운데 둘째로 현재 4명의 형제 자매가 생존해 있다.
나영옥씨의 신원이 확인될 수 있었던 것은 반세기 동안 땅속에 묻혀 있었지만 비닐에 밀봉된 상태로 싸여 양호하게 보존된 사진 덕분이었다. 영일씨는 "아들이 큰아버지 사진과 비슷하다고 하길래 확인해보니 실종된 것으로 알고 있던 형님이 분명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현충일이나 명절 때마다 동작동 국립묘지를 방문했던 영일씨는 6일 형의 유해가 발굴된 현장을 찾아 군부대관계자로부터 사망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여동생 옥자씨도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세요. 전쟁터에 나간 오빠 때문에 아버지는 눈도 감지 못하고 돌아가셨다"며 통곡했다. /가평=곽영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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