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그냥 돈을 서랍 속에 넣어두고 말지…. 예금을 하면 은행이나 정부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다."얼마 안 되는 퇴직금을 은행에 넣어 두고 근근이 생계를 꾸려왔다는 김모(61)씨는 최근 예금금리 인하 소식에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금리가 아무리 떨어져도 정부는 꼬박꼬박 세금을 떼 내가고, 은행들은 장삿속에 수익을 챙기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자 소득세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 은행에 돈을 맡긴 뒤 받을 돈이 원금에도 못 미치니 이런 원성이 결코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고 은행들의 얄팍한 상술만 비난할 수는 없다.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없는 은행에게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고객들에게 높은 금리를 제공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이자 소득세다. 2000년말 주민세를 포함해 24.2%였던 이자소득세율이 현재 16.5%로 낮아지긴 했지만, 금리의 수준을 생각하면 사정은 당시보다 훨씬 열악하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을 따져 보더라도 지금 같은 마이너스 금리에서는 사실상 소득이 없는 곳에까지 세금을 물리고 있는 격이다. 예금 금리는 3∼4%이지만 비슷한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득이 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자소득세 인하의 혜택이 혹시 부유층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 봐야 하고, 줄어드는 세수(稅收) 걱정도 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이런 것들이 서민들의 고통을 외면할 수 있는 합당한 이유는 되지 못한다. 한시적 세금 감면이나 서민 대상 비과세 폭 확대 등 강구할 수 있는 방안은 적지 않다. 세금이 공평한 부의 재분배 수단이 돼야지, 성실히 살아가는 서민들을 착취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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