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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南北 '평화의 제도화'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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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南北 '평화의 제도화' 첫발

입력
200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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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남북은 설악산에서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을 마치면서 '서해 해상에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물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쟁점을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임시 봉합하였다는 점에서 분쟁의 가능성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그러나 이번 4개항의 합의는 선언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방안과 일정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상호 신뢰구축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예컨대 남북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공고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6월 15일부터 6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하였다.

따라서 1999년과 2002년에 경험한 유혈충돌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군사적 협력토대를 구축하였을 뿐만 아니라 서해 어민들이 생업에 안전하게 종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제3국의 불법어로에 대하여 남북 군사 당국이 외교적 방법이지만 공동 대응키로 한 것은 의미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한편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선전활동을 중지하며 8월 15일까지 선전수단을 3단계로 나누어 제거하고 필요시 상호검증하는 데까지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러한 상호비방 중지는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쌍방 간 신뢰를 증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합의사항의 구체적 실천을 위한 후속회담을 개최키로 하고 실무대표 접촉을 개성에서 갖고 세부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키로 하였다.

이러한 합의가 반세기 이상 지속되어 온 남북 군사대치상황을 단숨에 해소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군사당국 간에 긴장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고 이를 토대로 군사대화의 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경제 사회 문화분야에서 상당한 성과가 축적된 데 비해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군사분야는 대화의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물론 군사 분야의 회담이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 9월 제주도에서 한 차례 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된 바 있으며, 현재도 남북 간 철도와 도로연결 및 개성공단 건설과 관련하여 군사실무회담이 가동되고 있으나 긴장완화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목적으로 한 군사회담은 아니었다.

따라서 중단된 국방장관회담을 재개하고 장성급 군사회담을 정례화하여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포괄적 대화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희망은 그간 북한이 남한과 군사대화를 거부하여 온 군사문제에 대한 기본적 인식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요컨대, 군사문제는 미국과 해결하여야 할 과제라는 전략에 변화가 없는 한 남북간의 군사대화는 그 어떠한 합의도 성과를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이번 회담도 예외일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남북 장성급 회담은 최근 주한미군의 재배치를 비롯한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상황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담당자는 "안보의 IMF(국제통화기금) 시대가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지난 1년간을 평가했다. 이는 남한만이 처한 위기가 아니다. 북한도 심각한 안보불안 속에 빠져 있다.

불안정한 안보상황으로부터의 탈출구로서 '협력적 자주국방'이나 '핵 개발과 보유'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남북이 긴장 완화 및 군축을 통하여 주체적으로 평화를 제도화함으로써 불안정한 안보상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장성급 회담이 평화를 제도화하는 출발점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며, 합의의 실천은 그 첫 걸음이라 하겠다.

/강성윤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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