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가로에서 우승을 하다니 믿을 수 없다."러시아의 아나스타샤 미스키나(23)가 러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메이저 대회 정상을 밟았다. 미스키나는 5일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같은 러시아 출신인 엘레나 데멘티에바를 59분만에 2―0(6―1 6―2)으로 가볍게 일축했다. 우승상금은 102만 달러. 이로써 투어 8승을 챙긴 미스키나는 세계랭킹도 쥐스틴 에넹과 킴 클리스터스(이상 벨기에) 이어 3위에 뛰어오르게 됐다.
1998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미스키나는 지금까지 3차례 메이저 대회 8강 진출이 최고 성적. 지난 해부터 US오픈과 호주오픈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그는 항상 4강 문턱에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 같이 쓴 경험이 보약이 됐는지 이번에는 달랐다. "내 자신에게 호통을 치며 마음을 다잡았다"는 그는 면도날 같은 백핸드 스트로크와 침착한 플레이로 8강전에서 비너스 윌리엄스(미국), 4강전에서 제니퍼 캐프리애티(미국)를 잇따라 격침시켰다.
이날 결승전에서도 그의 냉혹한 승부사 기질은 유감없이 나타났다. 상대는 10대 때부터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클럽에서 함께 테니스를 배운 데멘티에바. 메이저 결승 첫 출전이었던 데멘티에바는 너무 긴장한 탓인지 몹시 허둥댔다. 이를 간파한 미스키나는 상대의 약점인 백핸드 쪽으로 위력적인 샷을 잇따라 퍼부어 게임을 장악했다.
미스키나는 첫 세트에서 더블폴트를 범해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내줬지만 두번째 게임부터 곧바로 평정을 회복, 내리 6게임을 따냈다. 이어 두 번째 세트도 6―2로 손쉽게 이겼다. "너무 흥분해 서브조차 어떻게 넣어야 할지 몰랐다"는 데멘티에바는 첫 서비스 성공률이 절반에도 못 미쳤고, 더블폴트 10개, 실책 33개를 남발하며 자멸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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