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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조르당 곡선'으로 미로서 길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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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세상읽기/'조르당 곡선'으로 미로서 길찾기

입력
200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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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을 통과하는 길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한번 들어가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복수정답 시비로 작년 수학능력시험을 '미궁'에 빠뜨렸던 언어 문제 지문의 일부이다. 미궁에 빠지지 않으려면 길을 잘 찾아 나와야 하는데, 수학에는 미로를 찾는 것과 관련된 연구가 있다.

프랑스의 수학자 조르당의 이름을 딴 조르당 곡선(Jordan curve)은 원과 연결 상태가 같은 단일폐곡선을 말한다. 이 곡선을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게 되고, 이 곡선을 기준으로 내부와 외부가 나뉜다. 조르당 곡선에서는 내부와 내부 혹은 외부와 외부를 이으면 곡선과 만나지 않거나 짝수번 만난다(그림 1). 그렇지만 내부와 외부를 이으면 곡선과 홀수번 만난다 (그림 2).

따라서 조르당 곡선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미로에서 어떤 지점이 외부와 연결되는지 확인하려면 그 점과 외부를 잇는 선분을 그어 곡선과 만나는 횟수가 짝수인지 홀수인지 알아보면 된다. 이를 '조르당곡선의 정리'라고 한다. '그림 3'에서 ★ 지점을 외부와 연결한 선분은 미로와 모두 홀수번 만나므로 ★ 지점은 내부에 있는 지점임을 뜻한다. 즉 이 지점에 있으면 절대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크레타 왕국의 수도는 크노소스이다. 이곳에 세워진 크노소스 궁전은 수많은 방과 복도가 미로처럼 복잡하게 설계된 것으로 유명하며, 이 궁전을 배경으로 미로와 관련된 전설이 만들어졌다. 미로는 그리스어로 '라비린토스'라고 하는데, 크레타 문명의 후예인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는 라비린토스와 같이 얽힌 길로 유명하다.

그리스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조르당 곡선을 활용한 미로를 찾아볼 수 있다. 영국 런던 근처에는 1690년에 건설된 햄튼궁이 있는데 그 정원은 미로 모양으로 되어 있다.

북유럽의 발틱해를 따라 돌이나 모자이크 혹은 나무를 심어 만든 미로 모양의 유적을 다수 발견할 수 있는데, 어부들은 이 미로를 걸으며 각자의 소원을 기원했다고 한다. 유럽 여행을 갔다가 이런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조르당 곡선으로 미로 빠져 나오기 예습을 하고 가는 것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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