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은 사선(死線)을 넘느라 생긴 스트레스 때문에 대부분 두통과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남쪽에 내려온 탈북자들을 전담 진료하는 의료진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김원장(29) 최한석(30·이상 내과 전문의) 김진백(27·치과) 김정훈(28) 구자훈(27·이상 한의사)씨 등 청년의사 5명.
이들은 지난달 31일 경기 안성에 문을 연 통일부 산하 탈북자 정착지원시설 '하나원'내 '하나의원'에서 한국에 갓 입국한 탈북자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비록 군복무를 대신하는 공중보건의 자격으로 일하는 것이지만 이들이 느끼는 책임과 사명감은 여느 의사와 다를 바 없다. 이들 중 선임인 김원장씨와 김진백씨는 이곳 근무를 자발적으로 지원했다.
김원장씨는 "수련의 시절 기독교의료단체인 한국누가회 소속으로 탈북자들을 치료해준 경험이 있어 이곳 근무를 자원했다"면서 "이곳에 (자원하지 않고) 배치 받은 동료들이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볼 때면 오히려 부끄러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원에는 갓난아기부터 노년층까지 구성원이 다양하기 때문에 북한의 질병 현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면서 "아직 대상환자들이 적어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간염보균자들이 꽤 있고 노년층 가운데 치료 시기를 놓쳐 완쾌가 불가능해진 혈압질환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탈북자들 모두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질환은 두통과 소화불량이라고 한다.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탈출 전에는 없었던 두통과 불면증 등이 고질병이 된 것 같습니다. 탈북이후에 겪는 그들의 심리적 공포와 불안 등에 관한 하소연을 관심 있게 들어주면 대체로 증상이 완화되는 것 또한 공통적인 현상입니다."
하나의원 의사들이 한가지 아쉬워하는 것은 탈북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정신과와 산부인과 전문의가 이곳에 없다는 점이다. 중증환자라면 대학병원 등에 보내면 되지만 대부분 가벼운 질환자여서 이 분야에 환자가 생길 경우 외부인력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금은 선후배 의사들이 진단기구를 차에 싣고 오면서까지 도와주고 있지만 탈북자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에서 '동냥 진료'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한자리에 자주 모이기는 힘들지만 이따금 밤늦게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며 탈북자 진료경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면서 우정을 다지고 있다.
김씨는 "이곳을 떠나는 환자들에게는 소견서를 상세히 써줘 꾸준히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면서 "후배의사들에게 이곳을 지원하라고 권유할 정도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