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참가 작가였던 화가 박이소(사진)씨가 세상을 떠난 지 한 달이 지난 뒤에야 그 사실이 미술계에 알려져, 뒤늦게 장례를 치러 주위를 안타깝께 하고 있다.올해 47세인 박씨는 지난 4월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작업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지병은 없었지만 평소 하루 꼬박 작업하고는 하루를 쉬는 등 과로로 허약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독신이었던 그는 결혼한 누나의 단독주택 2층을 작업실로 썼다. 매형은 이날 늦도록 기척이 없어 작업실로 가 보니 박씨가 숨져 있었다고 전했다. 가족들은 박씨를 화장한 뒤 유골을 모셔오다 2일 경기 파주시 기독교공원묘지 가족묘에 안치한 다음, 비석이 마련된 6일 오전11시 장례식을 치렀다.
박씨가 외부와 거의 접촉이 없이 작업을 해와 그의 지인들을 알 수 없었던 가족들은 그의 컴퓨터에 최근 도착한 5개의 메일 주소로 연락을 취했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은 "고인이 참가하기로 한 부산비엔날레 관계자나 전시가 예정된 미국 샌디에이고 미술관 관계자들이 최근 전혀 연락이 안 된다며 애를 태웠다"며 "동료 작가가 그의 작업실을 찾아가 보고서야 미술계에 사망소식이 알려졌고, 4일 그의 작업실에 빈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부산 출생으로 홍익대 서양화과(81년)와 미국 프랫 인스티튜트(85년)를 졸업하고, 94년 한국으로 돌아와 작업해왔다. 본명은 박철호. 미국 활동 당시에는 '박모'라는 이름을 썼고, '이소'는 귀국한 뒤 가까운 미술인들와 의논해 지은 이름이다. 미국 체류 당시 뉴욕예술재단상, 미국연방예술기금상을 수상하고 뉴욕시 공공미술 벽화도 제작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귀국 후 3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2002년 에르메스미술상을 수상하면서 화단에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 '2010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톱10' 등 2점의 설치 작품을 출품해 호평받았다.
6일 장례식에는 평론가 성완경, 박만우 부산비엔날레 큐레이터, 조각가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영욱 문화정책개발원장 등 5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했다. 이들은 한창 일할 나이에 쓸쓸히 사망한 박씨를 기리기 위한 미술계의 추모의 뜻을 어떤 형식으로든 모아보자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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