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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정국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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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재보선에 나타난 민심·정국전망

입력
200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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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후 50여일만에 치러진 6·5 재·보선이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끝남으로써 향후 정국, 특히 여권은 격렬한 후 폭풍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우리당이 총선에서 압승한 수도권과 전남에서마저 패하고, 충청권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한 것은 여권에게는 엄청난 충격이다. 우리당 지도부 인책론과 조기전당 대회론을 둘러싼 갈등과 분열, 내부 역학구도의 변화가 예상되는 형국이다. 이는 참여정부 집권2기의 안정적 국정 운영에 암운을 드리울 것이다.

우리당 패배의 원인으로는 우선 총선에서 원내 과반의석을 차지한 여당에 대한 유권자의 견제심리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여당의 참패로 규정되는 선거결과는 견제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결정적 패인은 여권 내부의 자만과 혼선에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우리당 의원들의 청와대 음주가무 및 노 대통령의 연세대 특강 발언 등 총선 후 여권의 오만한 행보가 표심에 나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원기 국회의장은 6일 "우리당의 참패는 우리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며 "건방지지 말고 반성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등을 비롯한 정책혼선과 개각 문제를 둘러싼 권력 다툼 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고스란히 투표에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당장 영남지역 선거를 관장했던 김혁규 의원에 대한 총리 지명 문제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 김 의원 총리 지명을 반대해온 한나라당 등 야권이 선거 결과를 내세워 여권을 압박할 태세인데다 우리당내 호남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혁규 반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신기남 의장 등 당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여권내 권력 구도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선거 결과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자제하자"는 일각의 주장도 있어 오히려 여권이 결속의 계기를 잡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은 '대안세력' '수권정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데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총선 재기에 이어 재·보선 승리의 주역이 된 박근혜 대표 역시 롱런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총선 완패로 당이 붕괴 직전에 놓였던 민주당도 전남지사 선거 등에서 압승하면서 기사회생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내 일부 의원의 탈당 가능성이나 우리당과의 합당론이 잦아들면서 한화갑 대표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與 "신기남號" 좌초 위기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 체제가 6·5 재·보선 참패라는 거센 풍랑을 맞아 닻을 올린 지 20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신 의장 등 지도부가 8일께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져 여당의 얼굴이 다시 바뀔지 주목된다.

우리당은 6일 오전 신기남 당 의장 주재로 상임중앙위를 열어 재보선 후속 대책을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신 의장 등 일부 지도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해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지도부 재구성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김부겸 의장 비서실장 등이 "전당 대회 조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중진 층이 두텁지 않은 상황에서 퇴진을 거론하면 자칫 더 큰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며 만류해 퇴진 쪽으로 가닥을 잡지는 못했다. 지도부는 일단 당내 의견을 폭 넓게 수렴한 뒤 수습안을 마련, 8일 다시 논의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새 지도부를 뽑기 위한 전당 대회 개최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나는 더 이상 할 생각이 없다"며 혼자라도 물러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뒤 "재·보선 민의가 반영된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앙위 결의로 비대위를 구성해 전당대회 준비를 하면 된다"며 구체적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개혁당 출신인 김원웅 의원도 "선거 후에는 지도부를 일신하는 게 상식"이라고 가세했다.

여기에 전남지사 선거 패배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호남 지역 인사들도 은근히 지도부의 등을 떠밀고 있다.

전남 출신 한 의원은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실패한 만큼 지도부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출신의 한 의원도 "과도기 지도부로 선거를 치르면서 개각 논란과 분양가 공개 문제, 영남발전 특위 소동 등 많은 실수가 있었던 만큼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 져야 한다"면서 "아무래도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앞당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김혁규 총리' 철회될까

열린우리당이 6·5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총리 지명 문제에 미묘한 변화 기류가 일고 있다.

그동안 김혁규 의원이 총리 지명자로 사실상 내정돼 있었다. 하지만 재·보선이 끝난 뒤에는 "결정된 바가 없다"는 얘기가 많이 들리고 있다.

물론 청와대 내부에서는 아직 "김혁규 카드로 계속 갈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다수다.

이런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여야 대결 정치를 피하기 위해서는 김 의원 스스로 총리 직을 고사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견해가 여당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김 의원도 6일 당 상임중앙위에서 "나의 거취는 내게 맡겨달라"고 말한 데 이어 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져 노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의 낙마를 전제로 한 대안도 거론되고 있다. 우리당에서는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이 거론되는 가운데 능력이 검증된 이헌재 경제부총리를 기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이런 상황변화를 감안, 총리 지명을 늦출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8일께 총리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려 했으나 당 지도부와 상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동의안 제출 시기가 하루 이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누구를 총리로 지명할 지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한 것도 총리 지명 카드의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재·보선 결과가 총리 지명에 변수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우리당 문희상 의원도 "재보선과 총리지명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김 의원 카드가 아직 유효하다"고 못 박았다.

우리당의 한 소장파 의원은 "노 대통령은 재·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김 의원 카드를 계속 쓰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상생 정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김 의원 스스로 총리 지명을 고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김혁규 의원을 앞세운 영남권으로의 동진(東進)정책에 대한 찬반 양론도 제기되고 있다. 영남권 인사들은 "김 의원을 총리로 임명해 전국 정당화 목표를 위해 한발 한발씩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호남출신 의원들은 "이번 재·보선에서 효력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김 의원 카드를 포기하고 겸허한 자세로 새출발 해야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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