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몇몇 언론사들은 요즘 이라크전의 전초전을 수행한 데 대해 자기비판을 하고 있다. 그들은 왜 긴박한 위협을 주장하는 부실한 문서는 비판 없이, 눈에 띄게 다룬 반면 반대 증거들은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했는지 묻고 있다.그러나 이는 단지 이라크나 뉴욕타임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언론인들은 이라크 기사를 취급하던 당시의 총체적인 맥락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그것은 언론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는 전달하려 하지 않았던 분위기다.
신문이나 TV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은 부시 대통령의 캐릭터가 갑자기 변한 데 대해 혼란스러울 것이 틀림없다. 9·11 이후 2년여 동안 부시 대통령은 도덕적 명확함과 올바름을 갖춘 '정직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왜 이라크전을 시작했는지 또는 전쟁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에 대해 분명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고, 실수를 받아들이거나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하며, 자기 자신이나 다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으려 하지 않는 대통령에 대해 듣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인가?
그 답은 물론 '정직한 사람'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이 여러 가지 이유에서 현실로 그려낸 허구의 캐릭터였다. 사실 최근 들어 보수적인 인사들조차 노발대발하고 있는 그 캐릭터의 결함은 이미 줄곧 드러나 있었다. 진실에 관한 부시 대통령의 문제는 그의 예산 계산법을 체크해 본 사람이라면 이미 오래 전에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의 특성도 명백했다.
그렇다면 왜 언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시 대통령을 신뢰했나? 9·11 이후 대부분의 언론은 일종의 집단적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 그것은 국가의 통합을 위해 최고 사령관에 대한 비판을 삼가자는 것이었다.
위협의 역할도 간과해선 안된다. 9·11 이후에는 대통령에 대해 어떤 것이든 부정적인 말을 하려면 쇄도하는 항의 메일에 대비해야 했다. 또 자신의 명성을 해치기 위해 혈안이 된 우익 학자들과 출판물들을 예상해야 했으며 내부자 정보 등에 접근을 거부당하지 않을까 걱정도 해야 했다.
이를 알고 있던 부시 정부는 언론을 속여 넘겼다. 그러나 그 시기는 이미 끝나 버렸을까?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미디어에 종사하는 전국 언론인의 55%가 언론이 부시 대통령에 대해 충분히 비판적이지 못했다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8%만이 너무 비판적이라고 대답했다.
과연 최근 들어 놀랄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라크 포로 학대 용의자들은 논평자들이 부대의 명예를 훼손시켰다는 이유로 고소함으로써 언론을 침묵하게 만들려 했다. 그러나 보도는 계속됐다. 법무장관이 미국 본토에 대한 추가 테러 위협을 경고했다. 그러나 언론은 경고 사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일들은 아마 오래 가지 않을지 모른다. 2002년 7월 경력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부시 대통령의 실상을 전하려 했던 워싱턴 포스트의 다나 밀뱅크는 9·11 이후 처음으로 "백악관 언론팀이 이빨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곧 정부가 전쟁의 북을 두들겨 댔고 대부분의 언론은 유순함 쪽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항상 유순함에 의지해 온 부시 대통령은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가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곤란을 겪게 될 것이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뉴욕타임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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