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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알츠하이머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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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알츠하이머병

입력
200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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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여성변호사 이태영 여사는 여성의 권익신장과 민주화에 크게 기여한 사람이다. 그가 1956년에 설립한 여성법률상담소는 가정법률상담소로 확대돼 지금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막사이사이상 유네스코 인권교육상을 받을 만큼 이 여사는 국제적인 명사였다. 그러나 말년에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1998년 사망할 때까지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걸리버여행기'의 조나산 스위프트, 미국시인 에머슨등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사람들도 이 병에 걸렸으니 아무리 두뇌가 명석해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인간의 질병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치매와 중풍은 절대 걸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삶을 설계한다는 점, 죽음도 스스로 이루어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 질병은 온전한 의식과 정신을 말살함으로써 삶의 존엄을 파괴하고 죽음의 선택을 아예 불가능하게 만든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뜻대로 하세요'에는 "청년시절엔 많은 일을 하지만, 종국에는 온갖 사건으로 가득찬 역사는 사라지고 유치함과 망각만 찾아올 뿐"이라는 대사가 있다. 바로 그 상황이다.

■ 치매환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75∼84세의 19%, 85세 이상의 50%가 이 병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에 치매노인이 50만명을 넘고, 2020년이면 유병률이 9%가 될 것이라는 추정통계가 있다. 최근 알츠하이머등 난치병과 관련있는 9, 10번 염색체의 비밀을 밝혀냈다는 외신이 보도됐다. 국내에서는 박사과정의 여성이 스트레스에 대한 생체방어 조절기전을 알아냈다고 한다. 황우석 교수의 최근 업적도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알츠하이머의 발병원인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 알츠하이머병은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의 발병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부인 낸시 여사는 난치병 치료의 전기가 되는 인간 배아줄기 세포의 연구를 지지해 공화당정부와 대립했었다. 그러나 10년동안 투병을 해온 레이건은 끝내 망각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세상을 떴다. 미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그의 향년은 93세. 역대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장수한 사람으로 기록됐지만, 모든 기억을 망실하고 사람도 알아 보지 못했던 그 10년의 세월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그의 생모와 형도 이 병에 걸렸었다니 유전적 요인이 무섭다고나 할까.

/임철순 논설위원실장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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