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치열교정 기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결코 뒤지지 않는 우수한 수준이라는 걸 알리게 돼 기쁩니다." 삼성서울병원 교정과 주보훈(41) 교수가 치과교정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인 미국교정학회가 최근 선정한 '21세기 차세대 교정의사(Rising Star Award)'25인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포함됐다.
주 교수의 공적은 '임시 고정축(MAS·Mini-Anchor-Screw)'을 이용한 차세대 치열 교정기술을 개발한 것. MAS를 이용한 치열교정 기술은 기존 교정기술에 비해 부작용이 없고, 치료기간도 1년 가량으로 단축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입 속에 작은 나사를 박는 MAS를 이용하면 치열 교정을 위해 불편한'헤드 가드'를 쓸 필요가 없어 어린이와 젊은이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치열교정 기술은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유럽 등에서도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올 11월 댈러스에서 열리는 미국 교정의사모임은 유료로 워크숍을 의뢰해 왔으며, 미국, 캐나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치과의사들은 인터내셔널연구센터를 개설하자고 제안했다. 이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으로 연수를 오겠다는 의사도 적지 않다.
주 교수가 결실을 맺기까지는 1%의 영감과 99%의 땀이 필요했다. 그 자신도 38세라는 '너무 늦은' 나이에 치아 교정을 시작했다. 이유는 "어른도 교정치료의 효과가 크다는 사실을 좀더 쉽게 설득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교정치료가 가능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신이 착용하고 있는 교정틀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는 "치아 교정치료는 다른 질환 치료와 달리 의사의 역할은 3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나머지 3분의 2는 환자 자신과 보호자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정장치를 계속 끼고 생활해야 하는 만큼 환자 자신의 끈기와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동반돼야만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인해 부정교합, 주걱턱 등 얼굴 기형 어린이들이 크게 늘고 있는 데 대해 주 교수는 "치아 기형을 6살 때쯤 조기 검진을 받아 치료를 시작하면 수술 않고도 교정할 수 있지만 때를 놓치면 수술밖에 치료할 길이 없다"고 경고한다. 가래로 막을 일을 호미로 막지 말라는 얘기다.
그는 어린이들에게 오징어와 같은 질기고 딱딱한 음식물을 너무 많이 먹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딱딱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이빨의 뼈 부위가 마모되고 사각턱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 잠자면서 이를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를 단순한 잠버릇으로 방치했다가는 턱관절 마모로 고생할 우려가 있으니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너무 심하지 않다면 수건을 물고 잠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뜸했다.
주 교수는 요즘 어린이들의 치아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걱정하며"오복 중 하나라는 치아건강을 오래도록 지키려면 4∼5살 때부터 칫솔질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부모가 어린 자녀에게 칫솔질을 보고 배우도록 솔선 수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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