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근 "3차 북핵회담에서는 우리가 창의적 제안을 제시해 실질적 진전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화답이라도 하듯 미 행정부 핵심당국자는 5일 "부시 미 대통령이 한국정부의 3단계 북핵해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특히 이달말 재개되는 북핵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전향적 입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풀이돼 회담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우리 정부가 1차 북핵회담부터 제안한 3단계 해법은 북한이 핵포기를 선언하면 관련국들이 대북안전보장 약속을 하고 북한이 실제 핵동결 절차에 들어가면 대북지원을 포함한 상응조치를 제공하고 핵폐기가 완료되면 관련국간 관계개선 등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재 구축으로 요약된다. 2차 회담에서는 '북한이 핵폐기를 전제로 국제사회의 사찰을 수용하는 동결에 들어가면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2단계 상응조치의 구체안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 '이해와 지지를 표시한다'고만 입장을 밝혔을 뿐 동참의사는 분명히 하지 않았다. 당시 외교가에는 미국이 우리측 제안을 정중히 거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돌았다. 미국은 실제 그 동안 '북한의 선핵포기'라는 기본입장에 집착해 왔다. 북한을 상대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방식의 핵폐기(CVID)'를 요구하고 고농축우라늄(HEU) 핵계획의 시인을 촉구하는 바람에 두 차례의 북핵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는 지적까지 있었다.
때문에 미국이 '북한이 핵포기를 선언하고 동결절차에 들어가기만 하면 에너지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은 전향적인 입장변화로 평가되기에 충분하다. 정부 당국자는 "올해 2월의 2차 회담 이후 미국이 북핵과 관련해 가시적인 입장변화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당히 전향적인 태도가 느껴지며 3차 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의도는 다른 데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퍼주기식 북핵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우리 정부를 향해 3차 회담을 앞두고 '3단계해법이 마지노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이날 "핵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것이 북한의 의도라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은 점점 위험해 질 것"이라며 북핵 회담의 지연을 지적한 것도 미국의 입장을 읽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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