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 6월7일 프랑스 문학평론가 제라르 주네트가 태어났다. 철학자 자크 데리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와 동갑내기인 주네트는 파리 고등사범학교 동창인 이 두 친구들만큼 국제적 명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20세기 문학이론과 기호학 분야에서 독보적이고 견고한 성채를 쌓았다. 20대 초 잠시 공산당 활동가 노릇을 한 그는 이내 혁명의 꿈을 버렸고, 1960년대 이후 프랑스 인문학계를 풍미한 구조주의라는 방법론을 통해 문학연구와 기호학을 포개놓았다.고대 그리스의 고전들에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이르기까지 시간축을 종단하며 다양한 텍스트를 대상으로 삼은 주네트의 문학비평은, 미리 정해진 외생적 기준들을 문학 작품에 강요하는 프로크루스테스적 난폭함과 소박한 경험주의에 안주하는 인상비평을 동시에 피하는 제 나름의 유연한 형식적 분석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주네트 비평의 이성적 언어들은 문학 작품의 '신비'를 파괴하지 않고도 그 '신비'에 대한 지식을 생산해낼 수 있었다.
주네트는 1970년부터 1978년까지 동료 문학비평가 츠베탕 토도로프와 함께 문학이론지 '시학'을 공동 주재했다. 시학에 관한 그의 중요한 논문들은 '문채'(Figures)라는 제목을 지닌 세 권의 책으로 묶였다. 특히 '이야기의 담론'이라는 부제를 단 '문채 III'은 이야기의 구조들에 대한 연구의 결정판으로, 주네트의 이름을 프랑스 바깥으로까지 알리며 서사학(나라톨로지)의 표준적 교과서로 자리잡았다. 주네트의 문학적 답사는 고답적 문학이론가들이 눈길을 주지 않던 후미진 구석에까지 이르렀으니, '문턱'(Seuils)이라는 책에서 그가 탐색한 곁다리텍스트(파라텍스트)가 그 예다. 곁다리텍스트란 제목, 저자 이름, 장르 표시, 서문, 발문, 각주, 표4글처럼 주텍스트(본문)를 보완하는 텍스트를 가리킨다.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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