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미혼남을 두고 미모의 여성들이 쟁탈전을 벌이는 '배철러(Bachelor)', 불륜현장을 생중계하는 '치터스(Cheaters)', 도널드 트럼프의 활약과 함께 큰 인기를 끌었던 '견습생(Apprentice)'….일반인들의 실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리얼리티 쇼는 이제 강력한 방송 트렌드가 됐다.
요즘 미국에서는 또 한 편의 리얼리티 쇼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폭스TV에서 매주 월요일 방송하는 'SWAN(백조)'. 제목 그대로 동화 속의 미운 오리새끼가 한 순간 백조로 다시 태어나듯 여성 출연자를 확실히 변신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그저 화장이나 머리모양, 패션을 조금 바꿔주는 거겠지, 생각하면 오산. 제작진의 말처럼 단순한 'Change(변화)'가 아니라 'Transformation(변형)' 차원의 개조가 발생한다.
출연자는 3개월간의 집중적인 개조과정을 거친다. 프로듀서 넬리 갤런이 내세운 '라이프 코치(Life Coach)'란 직함은 이 과정이 '새 삶'을 위한 여정이라는 사실을 대변해준다. 개조팀에는 피트니스 코치, 성격개조 컨설턴트, 패션, 메이크업 전문가, 성형외과 의사, 치과 전문의 등이 참여한다. 몸의 각 부분에 걸친 성형수술은 물론, 성격까지도 고쳐준다. 그야말로 종합적인 인간개조과정이다.
흥미로운 것은 3개월 동안 출연자는 절대 거울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원칙은 쇼의 시청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원천이 된다.
출연자가 3개월 후 무대 위에서 확 달라진 자신을 처음으로 보게 될 바로 그 순간을 상상해보라. 울음과 환호로 뒤덮이는 무대의 모습은 가감 없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며 그야말로 보기 드문 볼거리가 펼쳐진다.
이 프로그램에는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장치가 있다. 매주 개조과정을 거친 2명의 출연자를 무대에 세워놓고 2003 미스 USA, 유명 잡지 발행인, 패션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이 우열을 가리는 것.
이렇게 뽑힌 출연자는 연말대회에 보내지고, 승자에겐 수만 달러의 상금과 함께 진정한 '백조'가 될 수 있는 엄청난 부가서비스가 제공된다. 유명 잡지모델 계약이 보장되고, 대학에 무료로 다닐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하와이 등 유명 관광지로의 공짜여행은 보너스.
출연자들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 사이의 여성이며, 특히 아이 엄마가 많다. 생활에 쫓겨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이들에게 백조로 다시 태어나는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자면,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흥미롭게 만들어져 감탄이 절로 나온다. 반면 성형도 모자라 종합적 인간개조에까지 이르게 된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다. 인기 절정의 리얼리티 쇼, 다음에는 또 어떤 깜짝 쇼가 펼쳐질지 정말 궁금하다.
/유현재 미국 조지아대 저널리즘 박사과정·제일기획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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