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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모로우' 현실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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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투모로우' 현실성 있나

입력
2004.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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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의 염도가 묽어진다. 때문에 지구 전체의 온도를 조절하는 난류와 한류의 흐름이 바뀌고 이로 인해 유발된 엄청난 태풍이 지구를 덮친다. 일본에는 주먹만한 우박이 떨어지고 뉴욕에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더니 하늘이 뚫린 것처럼 눈이 내려 지구 북반구를 뒤덮는다. 등짐을 메고 남쪽으로 이동하는 난민의 행렬이 이어지고….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해류의 방향이 바뀌어 빙하기가 다시 온다는 줄거리의 블록버스터 영화 '투모로우'가 지난 주말 개봉했다. 등골을 서늘하게 만드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처럼 지구에 빙하기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있는 것일까. 만약 있다면 인류는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몇 가지 가정에 대한 가능성을 예측해봤다.

빙하기는 다시 온다?

가능성 80%

북반구의 3분의 1 이상이 빙하에 덮이고 중위도 지역까지도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엄동의 시대를 빙하기라 한다. 빙하기는 지금부터 약 200만∼1만년 전 사이에 4차례에 걸쳐 있었다. 각 빙하기 사이를 간빙기라 하는데 엄격히 말하면 빙하기는 추운 '빙기'와 그 사이 기온이 올라가는 '간빙기'를 합쳐 부르는 용어다.

빙하기의 증거는 빙하 중심의 산소함유 비율이나 암석 화석에 함유된 이산화탄소와 메탄의 농도에서 수집한다. 지금까지 빙기와 간빙기가 주기적으로 반복됐음을 볼 때 5번째 빙하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빙하기가 다시는 없을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

지구 온난화로 해류 움직임이 바뀐다?

가능성 80%

해류는 해수의 온도와 염도의 차이 등에 의해 섞이지 않고 여러 표층으로 나뉘어 흐른다. 특히 북대서양 일대에는 묽은 바닷물과 진한 바닷물이 서로 섞이지 않고 대립하면서 서서히 순환하는데 이를 '대순환류'라 한다. 북극 빙하나 시베리아 등지에서 흘러나오는 담수와 멕시코 만류가 만나 서로 섞이지 않고 돌면서 북대서양 일대의 기후를 조절하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올라가면 북극 빙하가 녹고 해류에 담수가 섞이는 비율이 늘어 균형을 이루며 돌던 해류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대순환류는 차츰 느려지고 있으며 그 영향으로 미국 동북부와 영국 등지의 평균기온은 지구의 다른 곳과는 반대로 점점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북극기후영향평가협회(ACIA)는 지난달 26일 "2100년쯤 북극 기온이 1.4∼5.8℃상승한다는 UN의 예상은 틀렸다"며 "상승폭은 그 2배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월 유출된 미국 국방부의 비밀 보고서는 "북극 빙하가 녹아 해류순환에 변화가 생겨 2007년쯤 네덜란드의 헤이그 등 유럽의 주요 해안 도시가 물에 잠기고 영국과 북유럽이 시베리아성 기후로 변해 전세계적인 기아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보고서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급속히 녹고 있으며 이는 지구 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구 온난화로 영화의 규모에 버금가는 자연재해가 닥칠 것이다?

가능성 100%

얼음으로 뒤덮였던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업살라 빙하지대는 지구 온난화로 지금은 거대한 호수로 변했다.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로는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겨 주민들은 2002년 뉴질랜드로 이주해야 했다. 2003년 살인적 폭염으로 유럽에서 2만1,000명이 사망하고 해마다 600만㏊에 달하는 땅이 사막화돼 1,700만명의 농민이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언급한 미국 국방부 보고서는 시베리아성 기후로 바뀌는 영국과 북유럽, 폭염과 가뭄에 시달리게 되는 아프리카, 해수면 상승으로 땅이 물에 잠긴 해안지역 거주민들이 동시에 살길을 찾아 떠도는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 경고한다. 북극 빙하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녹고 있다는 ACIA의 보고서만 보더라도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빙하기가 몇 주 사이 갑자기 지구를 덮친다?

가능성 0%

빙하기 주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구의 공전궤도라고 알려져 있다. 이 궤도가 원형에 가까우면 간빙기, 타원형에 가까우면 빙하기가 온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보다 큰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이다. 영화처럼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 빙하가 녹아 사상 초유의 이상기후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이 같은 변화가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며칠 사이 갑자기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 전 세계의 환경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나리오를 충분히 예측하고 있으며 다양한 예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환경회의'의'UN기후변화협약' 채택, 97년 '교토의정서' 채택 등 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범지구적 노력도 계속된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6%를 차지하는 미국이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해 어려움이 예상됐으나 최근 러시아가 적극 참여 의사를 밝혀 의정서 발효가 머지 않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토의정서 비준 국회 동의안이 지난해 10월말 통과되고 11월 UN에 제출되면서 2005년 시작되는 2013∼2017년 온실가스 감축의무 협상에 대비 중이다. 2002년 7월 출범한 '이산화탄소저감 및 처리 기술개발 사업단'은 기후변화협약 대응 기술개발 프로그램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데 힘쓰고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와 관련된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삼림면적을 늘이는 등 적극적 대처가 없다면 비록 며칠 사이는 아니라 해도 영화의 규모에 버금가는 자연재해가 오만한 인간을 벌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박상도·이산화탄소 저감 및 처리 기술개발 사업단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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