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테닛 美 CIA국장 돌연 사임/부시 '이라크 악재'부담 덜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테닛 美 CIA국장 돌연 사임/부시 '이라크 악재'부담 덜까

입력
2004.06.05 00:00
0 0

조지 테닛(51)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돌연 사임이 워싱턴 정가에 파장을 낳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3일 유럽 순방에 나서기 직전 "테닛 국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 의사를 2일 저녁 밝혔고 이를 수락했다"며 그의 사임을 발표했다. 테닛 국장도 CIA 직원들에게 "단 한 가지 이유, 내 가정의 웰빙(well-being)을 위해 떠나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물러난 것인가, 밀려난 것인가

그러나 워싱턴의 누구도 CIA 국장이 '개인적 사유'로 물러난다는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라크 주권이양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사임 발표는 그 만큼 전격적이고 돌발적이었다.

1997년 CIA 국장에 오른 테닛은 빌 클린턴 정부 때 임명된 고위관리 가운데 부시 정부에서도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인물이다. 2000년 가을 CIA 본부 건물을 CIA 국장을 지낸,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름을 따 명명하는 행사에서 부시 대통령의 마음을 산 이래 테닛은 부시와는 개인적, 정치적 유대의 끈을 유지해왔다.

뉴욕타임스는 테닛의 사임에 대해 "이상한 동거가 끝났다"는 제목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표현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사임을 만류했다"고 말해 그의 경질이 백악관의 뜻이 아님을 내비쳤다. 그러나 재선에 모든 것을 건 부시의 '이너 서클'이 그동안 정책 실패의 희생양으로 그를 택했을 것이란 관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스탠스필드 터너 전 CIA 국장은 "그는 밀려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임배경

미 언론들도 그의 정확한 사임 배경을 짚어내지 못했다. 다만 이 달부터 잇달아 공개될 'CIA 관련 보고서'가 그의 사임을 앞당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회람을 위해 CIA에 제시된 상원 정보위 보고서는 이라크 공격 전 대량살상무기(WMD)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수집에서부터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근거한 정보 판단에 이르기까지 CIA의 광범위한 실책을 지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9·11테러진상조사위가 9·11 전 알 카에다 위협에 대한 CIA 등 정보기관의 판단 실책을 지적하는 조사결과를 7월에 발표할 예정에 있는 등 CIA의 결함을 비판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고서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앞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4월 지난해 자신이 유엔에서 설명한 이라크 WMD 관련 증거는 CIA의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한 것이라며 CIA측에 해명을 요구했었다.

결국 이라크 사태의 악화로 나날이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부시 정부로서는 정보 오류사태에 책임을 질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런 요구는 해명의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테닛의 이해와 일치했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4일 "미 본토에서 발생한 최악의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한 것이 끔찍한 실패가 아닌가"라며 CIA와 테닛 국장을 비난했다.

부시는 책임론에서 벗어나나

테닛 국장이 이라크 정보판단 오류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만 부시 대통령이 미국을 잘못 이끈 책임공방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오히려 그의 경질은 부시 대통령을 백악관이 정보기관을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난에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부시의 경쟁자인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부시 정부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와 9·11 테러 공격 등에 대한 논란을 책임지고 미국의 정보업무를 개혁해야 한다"고 공격의 톤을 높였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