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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포드 와이프' 시사회서 만난 니컬 키드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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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포드 와이프' 시사회서 만난 니컬 키드먼

입력
2004.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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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머리, 분홍빛 원피스에 자주색 리본을 허리에 매단 늘씬한 몸매의 니컬 키드먼(37)이 나타나자 기자회견장이 술렁였다. '스텝포드 와이프'(The Stepford Wives·감독 프랑크 오즈)의 월드 프리미어(최초 시사회) 다음날인 3일 오전(현지시간), 세계 각국에서 온 기자들의 눈과 귀가 그녀를 향했다. 바쁜 일정 탓에 인터뷰를 취소할 것이라는 소문과 달리 키드먼은 함께 연기한 글렌 클로스, 베트 미들러와 참석해 수다도 떨고 함박웃음도 지으며 자신의 연기와 가족, 남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스텝포드 와이프'는 부자 동네라 불리는 코네티컷주의 스텝포드라는 곳을 무대로 벌어지는 우화 같은 이야기. 이라 르빈의 소설이 원작으로 캐서린 로스가 주연을 한 1975년 작 동명의 스릴러 영화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조안나(니컬 키드먼)는 잘 나가는 방송국 사장이지만 날벼락 같은 해고 통지서를 받는다. 조안나는 남편 월터(매튜 브로데릭)와 함께 스텝포드로 이사를 해 새 출발을 다짐하는데, 너무나 아름답고 완벽한 스텝포드의 주부들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든다.

언제나 입가엔 웃음을 띠고, 케이크 굽기부터 골프 치는 남편의 캐디 역까지 모든 것을 우아하게 해내는 이 여자들의 정체는 뭘까. 남자들이 원하는 대로 사는 여성만 있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사는 여성은 찾을 수 없다는 데서 조안나는 공포를 느낀다.

영화는 능력 있는 여성들에 대한 남자들의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섬뜩하게 묘사한다.

'미의 여신' 또는 '연기의 여신'으로 불리는 니컬 키드먼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 가정 일도 잘 해낼 수 있을까, 스크린에서의 완벽한 이미지와 실제는 얼마나 똑같을까. "열심히 일하지만 놀기도 잘 해요. 가정 일은, 음…. 내가 뭘 잘 하더라? 요리가 그 중에 나은 것 같아요. 요리를 하면 마음이 편해져요. 아,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도 잘 한답니다."

열정과 권력욕으로 가득한 방송사 사장 조안나와 키드먼은 얼마나 닮았을까. "권력을 얻고 성공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다양한 연기를 한다는 게 의미 있는 거죠." 그는 자신의 고민은 일과 가정의 조화를 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입양한 아들과 딸 두 아이 말고도 한 아이를 더 갖고 싶어요. 아직 일과 가정의 균형을 맞추는 게 서툴러서 더 배워야 합니다."

일이 먼저일까, 남자가 먼저일까. 톰 크루즈와 헤어진 지 3년이 지났다. "좋은 남자도 만나고 싶지만, 솔직히 내가 어떤 남자를 찾는지 나도 몰라요. 하지만 난 그런 알 수 없는 미스터리가 좋아요." 사람 좋은 웃음으로 넘어갔지만 일 욕심이 남자 욕심을 앞서는 듯 보였다.

'자식들의 십자군'이란 별명처럼 그가 아이들을 아끼는 마음은 각별했다.

"이번 영화는 5개월이나 걸릴 만큼 아주 오랫동안 촬영했는데, 아이들이 마음에 걸렸어요. 너무 일만 파고 드는 것도 싫어요."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만큼은 완벽한 '스텝포드 와이프' 식이다.

"아직 어린 아이들을 위해 내 영화도 함부로 안 보여줍니다. 야한 장면이 나오면 '머리 숙여, 눈 감아'라고 이야기하죠. 아이들을 인터뷰하겠다는 제의도 거절합니다. 내가 유명해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는 건 싫어요. 일단 크기 전까지는 내가 엄마고, 내가 하라는 대로 아이들이 했으면 해요. 사랑하니까."

짧은 인터뷰가 끝난 뒤 왼손잡이 니컬 키드먼은 일일이 사람들의 눈을 맞춰가며 왼손으로 사인을 했다.

/뉴욕=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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