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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새 풍경]<2>가방끈 길어진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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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새 풍경]<2>가방끈 길어진 보좌관

입력
2004.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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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대학 정치학 석사 출신 C씨는 17대 초선 모 의원실에서 보좌관을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력서를 냈다가 찬바람을 맞아야 했다. "박사 출신을 찾는다"는 답변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나 정도의 학력이면"이라고 자신만만했던 C씨는 황당해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17대 국회에는 역대 어느 때보다 '가방 끈 긴' 보좌관들로 넘쳐 난다. "석사는 기본이고 박사는 옵션"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박사 실업자가 많은데다 의원들도 '정책'과 '전문성'을 강조하다 보니 수요 공급이 맞아떨어져 나타난 결과다. 17대 의원들로서도 4년간의 성공적인 의정활동만이 재선의 지름길임을 잘 알기에 어느때 보다 보좌진 채용에 신경을 쓰고 있다. 때문에 지역구민 부탁에 보좌관을 채용, "실업자 구제소" 평가를 받거나 아예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채용하던 행태는 거의 사라졌다. 이렇다 보니 2명의 보좌관을 모두 박사로 채운 경우도 많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실 이준협, 하준 보좌관은 둘 다 서울대 경제학박사 출신이다. 과기정통위원회를 희망하는 열린우리당 김명자 의원도 보좌관 2명을 과학사와 정보통신정책을 전공한 박사들로 채웠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16대에 59명이었던 박사과정 수료 이상 보좌진이 이번에는 100명을 훌쩍 넘길 것 같다"고 말했다. 학위도 학위지만 해당분야에서 얼마나 잔뼈가 굵었는가도 주요한 채용기준이다. 재경위를 희망하는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은 재경위에서만 10년을 일해온 경제학박사 보좌관을 공들여 데려왔다. 교육위를 희망하는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도 6급 비서관으로 아예 대학에서 교육행정일을 보던 사람을 뽑았다.

채용에 신중을 기하다 보니 개원을 앞두고도 아직 보좌진을 꾸리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상임위가 확정되면 해당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겠다며 아직 보좌진을 구성하지 못했다. 전문성 중시 풍토 때문에 과거 정무보좌관으로 불리며 정치쪽 업무에만 밝던 보좌관들은 상대적으로 찬밥 신세다. 한 보좌관은 "보좌관도 자기만의 확고한 영역이 없으면 이젠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변호사출신 보좌진 잇달아 탄생

"월급의 많고 적음은 상관 없습니다. 생활만 할 수 있으면 됩니다."

한나라당에도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 비서관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최근 장윤석 의원실에 5급 비서관으로 채용된 윤승현(36) 변호사.

경남 마산 출신으로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한 윤 변호사는 사법시험 43기로 합격, 올해 1월 사법연수원을 수료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사시에 합격한 윤씨는 장 의원이 입법 업무를 담당할 비서관을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 자원했다고 한다. 그는 근무하던 로펌을 최근 사직하고 내주부터 국회 의원회관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윤 변호사는 의원 비서관으로 전직 결심을 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고 말했다. 주위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하지만 그는 "국회에서 입법 업무를 직접 담당해보고 싶었고, 일단 여러 시행착오들을 겪어 보고 싶다"며 설득했다.

그는 "이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변호사들이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며 은연중 정치적 포부도 내비쳤다.

윤 변호사의 비서관 채용으로 이번 17대 국회에선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 보좌진이 벌써 2명이나 탄생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에서 일해오던 강문대 변호사가 이미 단병호 의원의 4급 보좌관으로 채용된 바 있다.

/이동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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