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김윤희 지음
문학수첩 발행·7,000원
김윤희(65·사진)씨가 네번째 시집 '설국(雪國)'을 출간했다. 청마 유치환(1908∼1967)의 추천으로 등단한 그는 여성시인들로 구성된 동인지 '여류시' 창간에 참여하고, 세 권의 시집을 냈다. 평론가 구중서씨가 남편인, 문인 부부이다. 그의 신작 소식은 22년 만이다. 김씨는 그동안 꾸준하게 시를 발표했지만 곧바로 책으로 묶는 대신, 고쳐보고 곱씹어보는 작업을 해왔다.
아주 오랜만에 낸 김씨의 시집에서는 감정을 최소한으로 줄인 차분한 마음가짐부터 엿보인다. 서글프기도 하고 탄식할 만도 한 내용인데, 시인은 시어에 감상이 스밀까 경계한다. '왜 나의 사랑이 불경(不敬)한가/ 대궐과 초막이 한 색깔 한 세상/ 초막이 대궐인 척/ 시궁창이 냉이 꽃 들판인 척/ 썩은 들판이 진달래 꽃물 새긴/ 오래된 정원인 척'('설국'에서)
의미를 절제하려는 자신의 의지에 대해 시인은 고백했다. "나는 내 속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들끓는 침묵들의 아우성, 침묵들의 충돌, 전쟁과 같은 살벌함과 황막함 그 자체도 시로 가져보려고 노력했다. 시인은 지상의 모든 언어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언어로부터의 해방은, 언어에 수반되는 감정으로부터도 해방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윤희씨의 이 엄정한 시 정신은 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나도 한때 어디다 내려놓으면/ 좋을지 모를 만삭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봄 또한 곧 몸 풀 땅/ 찾느라 황사와 돌풍 사이를/ 발 내딛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만삭'에서)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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