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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보통사람의 다양한 삶 傳記에서 다루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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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보통사람의 다양한 삶 傳記에서 다루면 안될까

입력
2004.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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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부모님 1,2EBS-TV 전기문. 대산출판사

어느 산문집에서 나이 사십이 되어서야 아버지와 화해했다는 구절을 읽었다. 남남이 만나 아이를 낳아 키우며 혈연의 원초적인 끈끈함을 체험하고, 밥벌이 앞에서 누추해져 본 적도 있는 마흔 살은 되어야 비로소 부모를 한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말이라고 나름대로 이해했다.

그러나 자식이 철나는 데는 오래 걸리고, 설령 부모의 삶을 깊이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더라도 막상 실행하기 전에 그들이 영원히 떠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요즘 중·고교의 부모 전기 쓰기 과제는 가족간의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사랑이라는 안경을 끼고 부모와 자식간의 공감대를 찾게 한다.

'나의 부모님'은 그런 전기 모음집이다. 모든 인생에는 한꺼풀만 벗기면 눈물과 한숨이 서려있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힘들고 고단한 삶을 이겨냈거나 현재도 겪고 있는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처절한 가난, 처녀시절에 동생들 뒷바라지 하느라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아들과 같이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엄마, 아들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부모, 조실부모한 아빠의 홀로서기, 일찍이 남편과 사별하고 새롭게 단란한 가정을 꾸민 엄마의 지난한 인생역정, 긴 옥살이를 겪고 아직도 좌절에 빠져있는 아빠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기 등이 들어 있다.

하지만 어찌 모든 사람이 이렇듯 굴곡진 인생만 살겠는가. 그런데 일화가 있어야 하고, 현재와 차별화한 역사가 드러나야 한다는 선생님의 지침과 위인전에 대한 고정관념 때문에 특별한 사건도 없이 밋밋한 자기 부모의 삶이 전기가 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아이도 있다. 물론 성공담이나 역경을 헤쳐나간 일화가 풍부해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전기도 흥미롭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삶에도 개인의 생각이 담긴다면 잔잔한 수필 풍의 전기가 되어 나름대로 읽는 맛을 줄 것이다.

흔히 전기를 위인전과 동일시한다. 전기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역할 모델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사람들은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생활도 궁금해 한다. 또 다양한 전기를 통해 한 시대의 사회상을 볼 수도 있다. 부모 전기에 시대상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지침도 그래서 주어졌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소수의 영웅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도 필요하다. 그래서 서점에서 위인전이 대부분인 서가를 볼 때마다 아쉬운 생각이 든다. 그런 특별할 것도 없는 인생을 무슨 재미로 읽느냐고 묻는다면 독자가 읽고 싶도록 흥미있게 만들어 내는 것이 출판사의 몫이 아니겠냐고 답하고 싶다.

강은슬/대구 가톨릭대 도서관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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