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투자에이미 도미니 지음·구홍표 등 옮김
필맥 발행·1만3,000원
'개처럼 벌어 정승같이 쓴다'라는 말이 있듯, 돈을 버는 데는 돈 그 자체가 목적이다. 도덕이나 윤리, 책임 같은 말이 끼어 들면 곤란하다. 이런 것들은 부를 축적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럴까. 좋은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좋은 세상 만들며 투자 이익 올리기'가 얼마든지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회책임투자'다. 사회책임투자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된다.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자산에 투자할 때 사회적으로 해로운 것은 피하고 이로운 것은 촉진한다는 분명한 의식을 갖고 투자대상과 그 방식을 선택하면 된다. 무엇이 사회적으로 이로운 것일까. 저자는 이런 질문을 하고 있다. 투자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는 기업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업 경영진은 효용이 의심스러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과학기술을 매수하고, 세금을 빼돌리는 법률을 만들기 위해 여론을 매수하고, 가장 싼 값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슬에 묶인 노동력조차 매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업 경영자들은 이미 정해진 규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지, 규칙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그들을 다른 규칙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사회책임투자다. 금전적으로 더 풍부해지는 것이 사회의 건강, 개인의 안전, 일상의 조그만 즐거움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능력을 희생하면서 얻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것에 투자하느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돈도 벌고 도덕적 만족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가 돈을 벌려고 하는 이유는 보다 안전하고 더 나은 삶을 원하고, 우리의 후손들 나아가 지구에 좋은 유산을 남겨주기를 위해서다. 이에 동의한다면 사회책임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사회책임투자는 이미 4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종교계의 윤리적 투자운동, 베트남전 반대운동, 남아공의 인종차별반대운동 등과 관련해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았던 데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렇다고 이 투자가 수익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운영하는 '도미니 400 사회지수'나 다우존스의 '지속가능지수' 등은 지난 10여 년에 걸쳐 다른 펀드들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는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평가해 선별 투자하는 것이다. 무엇이 사회적으로 해로운 것인지는 스스로 판단하면 된다. 두 번째는 주총에 참석하는 등 기업 경영진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빈민층이나 저개발지역 사람들에게 자금이 흘러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개발 금융기관에 투자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왔던 관념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돈이란 가치 중립적이고, 투자는 현실세계에서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돈을 어떻게 투자할 것인가를 살피면, 세상을 살 맛나게 만드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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