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장애인인 동화작가 고정욱씨는 지난 1일 파주출판단지에서 열린 한 출판사 입주식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최첨단 건축미를 자랑하는 만큼 장애인 편의시설이 당연히 있겠거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부분 출판사 건물에 관련시설이 전혀 없었다.건물 출입구는 계단이고, 그 앞에는 자갈이 깔려 있어 휠체어가 다닐 수 없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도 몇 곳에 불과했다. 입만 열면 내세우는 '인간중심의 생태 환경도시'에서 장애인은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더욱 비참하게 만든 건 그를 초청한 출판사가 그동안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책을 여러 권 낸 곳이라는 사실이었다. MBC '! 느낌표'에서 선정도서가 됐던 고씨의 동화 '가방 들어주는 아이'를 출간한 곳이기도 했다.
공공시설, 문화, 의료, 교육용 건물이 아닌 곳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권장사항이어서 법을 어긴 것은 아니다. 출판문화단지 사업협동조합에 문의해보니 "가능하면 장애인 편의시설을 두도록 여러 번 권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출판단지에 있는 출판사들은 장애인 작가나 독자의 방문을 원하지 않고, 지금까지 장애인을 고용하지도 않았지만 앞으로도 고용하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출판인들은 파주출판단지를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편의시설을 외면하고서 어떻게 관광객을 유치하며, 명소가 될 수 있을까. 출판단지가 지향하고 있는 향약의 덕목 중 '어려울 때 서로 돕는다'는 환난상휼(患難相恤)을 출판인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최진환 문화부 차장대우 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