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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60년전 '반달' 노래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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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60년전 '반달' 노래 그립습니다

입력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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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아버지 보세요.당신이 세상을 떠난 지가 반 년이 지났습니다. 백수를 넘기셨지만 좀더 오래 세상에 계시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캄캄한 무덤 속에서 얼마나 갑갑하게 지내시는지요. 일상에 얽매여 사느라 이 세상에 계시는 동안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한이 될 뿐입니다.

얼마 전 TV에서 어린이들이 동요 솜씨를 뽐내는 것을 보면서 갑자기 아버지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60여 년 전 당신은 오지의 신설 간이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지요. 말이 학교이지 실제로는 사무실 한 칸, 교실 한 칸이 고작이었고 1, 2학년이 복식 수업을 했지요. 당시 저는 그 학교에서 2학년에 다녔습니다. 일제강점기여서 일본 글과 일본 말을 가르쳤는데 당신은 틈틈이 학생들에게 '조선어 독본'을 교재로 우리 말과 글을 가르쳤습니다. 서슬 퍼렇던 일제시대에 대단한 일이었지요.

음악 시간에도 간간이 우리말 동요를 가르쳤습니다. 그때 배운 '반달'이라는 동요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당신은 음악 수업 시간이면 "노래 잘 부를 수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봐라"고 했는데 손을 드는 학생은 언제나 저 혼자였지요. 저는 음정과 박자를 정확하게 맞춰가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저를 칭찬했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학교 옆에 있는 우리 집으로 함께 가서 어머니와 함께 오손도손 식사를 했지요. 당신은 이 때 제가 노래를 잘 부른다고 자랑하곤 했습니다. 저는 기분이 좋아서 몸 둘 바를 몰랐지요.

당시 학교는 농지를 갖고 있어서 당신은 농사도 지으셨지요. 봄, 여름이면 당신은 논두렁을 돌아다니며 벼를 보살폈습니다. 저는 아버지 뒤를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그냥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음악 수업 시간에 당신에게서 배운 노래를 목청껏 부르면서 따라다녔지요.

아버지는 평생을 교직에 몸 담으면서 학문, 농업, 예능에 일가견을 이뤘습니다. 자식들에게 "공부하라"는 말은 한번도 하지 않으셨지요. 대신에 "일 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고 가르쳤지요. 작년 여름 당신은 저를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시며 "너는 어릴 적에 노래도 잘 부르고 예뻤지"하면서 과거를 회상했지요.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때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아버지, 편히 쉬세요.

/장무련·충남 아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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