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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불고기의 반란-쇠고기소비촉진협 불고기 먹기 캠페인

입력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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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는 소고기 덩이, 다 구워질 때쯤 불판 가장자리에서 끓고 있는 육수 한 숟갈을 떠 뿌려주면 고기의 촉촉함이 다시 느껴지고. 육수 국물이 스며든 당면 사리를 꺼내 먹을 때의 그 달콤함, 그리고 국물이 쫄았을 때 '여기, 육수 더 주세요" 라고 외치고는 공기 밥에 육수를 한 숟갈 떠서 먹을 때의 행복감…. 어릴 적 불고기 먹던 기억은 지금 생각만 해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잊지 못할 한국인의 대표음식 불고기가 이 여름 새 출발을 선언한다. 그간 등심과 갈비에 밀린 '한식의 1번 타자' 역할을 되찾겠다는 것. 최근 들어 광양불고기, 등심불고기 등 불고기를 새롭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들도 많이 선보였다. 때마침 전국한우협회, 한국조리사회중앙회, 축산기업중앙회 등 국내 쇠고기 생산·유통 업계와 단체가 모여 결성한 쇠고기소비촉진협의회도 불고기 먹기 캠페인에 나섰다.

불고기와 등심, 갈비의 엇갈린 운명

10여년 전까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고기 요리로 단연 불고기가 꼽혔고 외국인들조차 한식 하면 으레 불고기를 얘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국의 대표음식이자 잔치나 행사장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불고기가 멀어진 것은 육류시장 개방과 궤를 같이 한다. 외국산 소고기가 물밀듯이 밀려 들면서 사람들의 입맛이 등심과 갈비로 옮겨간 것이다. 양념 없이 구워 먹기 편한 등심이나 생갈비가 인기를 끌고 고급 음식의 대명사 자리도 불고기 대신 등심이나 갈비가 차지했다.

소고기소비촉진협 이위형 회장은 "외국산 구이용 소고기가 풍부하게 수입되다 보니 음식업주들도 비싼 등심이나 갈비로 매출을 키우는데 주력했고 접대문화도 불고기에서 등심 갈비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야금야금 불고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맛도 잊혀져 어느새 불고기가 2류 음식 반열로 떨어졌다는 것.

불고기의 반란

사람들이 등심이나 갈비만 좋아하다 보니 불거진 것이 소고기의 수급 문제이다. 보통 소 한마리에서 30% 정도 나오는 등심과 갈비는 모자라서 값이 치솟기만 하는데 반해 불고기용 부위는 많이 팔리지 않아 남아돌고 있다. 실제로 최근 우시장에서 한우 값은 20% 가량 떨어졌는데도 정육점에서 소비자들이 살 수 있는 등심, 갈비 가격은 반대로 치솟았다.

반대로 남아 도는 불고기용 부위는 냉동저장 창고로 향하고 있다. 한우는 보통 냉동을 하지 않고 시내에 유통되는데 불고기용 고기가 팔리지 않고 재고가 늘어나니 냉동육의 값이 더욱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울며겨자먹기식의 선택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불고기 맛의 새 발견

그동안 불고기용으로 많이 쓰이던 소고기는 다리살. 등심에 비해 절반 가격인데다 지방 함량도 적어 불고기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실제 불고기는 다리살 말고 소의 어느 부위로 만들어도 맛이 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등심 불고기. 등심에 불고기 양념을 섞어 굽는 최고의 불고기 요리이다. 또 살이 퍽퍽한 양지 고기도 불고기로 활용할 수 있는데 요령은 두께를 얇게 써는 것이다. 이위형 회장은 "3∼5㎜ 두께로 썰면 질기지도 않고 양념이 잘 밴다"며 "특히 질긴 부위를 고깃 결의 직각 방향으로 썰어 불고기를 만들면 고기가 부쩍 연해진다"고 소개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 불고기 5색 맛

광양 불고기

옛날 우리 선조들은 화로에 불을 피워 놓고 고기를 구워 먹었다. 화로의 은은한 열기에 굽힌 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웠던지 할아버지, 아들, 손자 3대가 나란히 앉아 나눠 먹으며 정을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금도 전남 광양에 가면 화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데 이렇게 먹는 것을 '광양 불고기'라고 부른다. 광양 불고기는 화로의 숯불에 굽는다. 소나무를 구워 만든 숯불 위에 석쇠를 얹고 그 위에 고기를 얹어 구워 낸다. 양념이 적당히 배인 불고기 맛은 야들야들하면서도 달콤하다. 보통 고기 질이 나쁘면 숯불이나 석쇠에 구울 경우 뻑뻑해지고 맛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광양 불고기는 질좋은 고기를 쓰기로도 유명하다. 살짝 구워 먹는 것이 맛을 살리는 요령이다.

등심 불고기

생고기로만 즐겨 먹던 등심으로 불고기를 만들어 먹어 볼까! 꽃등심을 얇게 써는 것이 기본. 양념 없이 다진 마늘과 배즙 정도만 고기에 뿌려 준다. 마늘은 향을 더해 주고 배즙은 육질을 연하게 해 준다.

불판에 육수를 붓고 고기를 굽고는 소스에 찍어 먹는다. 이는 불고기를 먹는 새로운 시도. 과일과 야채즙을 섞어 만든 소스는 설탕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도 달짝지근하면서도 향기롭다.

육수불고기

둥그런 불판에 흔히 먹는 불고기. 고기가 연하고 육수를 뿌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무엇보다 맛의 관건은 양념을 하는 시기. 고기를 불에 굽기 직전에 양념하는 것이 좋다. 미리 양념해 두면 고기가 퍼지고 양념 맛도 살아나지 않는다.

뚝배기불고기

불고기를 간단히 먹을 수는 없을까! 뚝배기에 육수를 듬뿍 붓고 고기를 구워 내놓으면 먹기 편하다. 국물이 푸짐한 것이 매력. 고기를 먼저 꺼내 먹다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으면 한 공기가 뚝딱. 점심 식사 메뉴로 간단히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된 메뉴다.

야채불고기

불고기는 고기에 양념과 야채를 섞어 먹는 것이 매력. 등심이나 갈비를 먹을 때 보다 자연히 야채 섭취량이 늘어난다. 그래서 야채를 더 많이 넣으면 야채 불고기가 된다. 치커리나 비타민 적상추 등 특수 채소들을 같이 불판에 얹어 먹는다.

● 불고기 이름 난 집

광양불고기 (02)555-5035 서울 역삼동 특허청 서울사무소 뒷골목

서울에서 맛볼 수 있는 광양 불고기 전문점.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양념을 해 나온다. 소나무 숯불에 구워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자랑. 주인 박형준씨와 누나 박신재씨가 '불고기는 우리가 꼭 지켜야 되는 전통 음식'이란 신념에서 고유의 맛을 20여년째 지켜오고 있다. 직접 만드는 누룽밥 또한 구수하다.

사리원 (02)3474-5005 서울 서초동 KTF 빌딩 뒷골목, (02)573-2202 도곡점

불고기를 현대식으로 맛볼 수 있는 불고기 전문점. 주인 나성윤씨의 할머니가 고향인 황해도 사리원식의 불고기 맛을 살렸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라고 소개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깔끔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다양한 와인을 구비하고 있어 비교적 값싸게 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도 강점.

우래옥 (02)2265-0151 서울 중구 주교동

간장에 설탕 마늘로 간단한 양념만 한 고유의 이북식 불고기를 선보인다. 육수나 양념에 의존하지 않고 고기 자체의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 최상의 재료만 고집하는 것으로 유명한 창업자의 유훈을 받들어 업장을 관리하는 김지억 전무의 말처럼 '불고기에 냉면 한그릇' 먹던 것이 큰 호사였던 시절부터 한 번 먹으면 인이 박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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