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나 정보 유출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IT(정보기술)나 벤처기업 등 첨단 산업 뿐 아니라 전통적인 굴뚝산업까지도 정보와 기술유출 방지 등 보안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포스코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인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안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보안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임직원들의 보안의식 제고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3일 밝혔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최근 사내에 보안위원회를 신설하고 보안업무를 통폐합하는 등 단일 보안업무 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사내 전산업무시스템의 접속상태도 상시 감독할 방침이다. 서울 포스코센터에 이어 포항 본사와 기술연구소에도 보안출입문을 설치하고 외부인 접견실을 마련하는 등 방문객의 출입통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전략적 과제를 중점 연구·개발하는 포항 기술연구소는 다음 달부터 허가 받지 않은 임직원의 연구동 출입을 제한하는 한편 방문객의 카메라폰도 밀봉하기로 했다.
이 같은 보안강화 방침은 포스코가 최근 차세대 제철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의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고 스트립캐스팅 개발을 본격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등 해외 철강업체들의 기술 전수 요구가 쇄도하는 데 따른 것이다. 파이넥스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가루상태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생산 원가를 낮추고 오염물질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제철기술이며, 스트립캐스팅은 쇳물에서 중간의 가열압연 공정을 생략하고 직접 얇은 강판을 제조하는 공정을 말한다.
국내기업이 세계 1∼3위를 차지할 정도인 조선업계도 보안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가차원에서 조선업을 육성하고 있는 중국 내 조선업계 관계자들이 국내 업체의 정보를 캐가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부분의 조선업체들은 중국측 업계 관계자들의 견학을 금지시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의 특성상 내부 도크나 크레인 등의 구조만 봐도 중국으로서는 큰 정보를 얻어가는 셈"이라며 "중국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견학 요청이 많지만 모두 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중국측이 견학을 거절당하자 정부 고위관리를 대동하고 견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마저 거절할 수는 없어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화학업체인 LG화학도 올해 준공한 오창테크노파크의 경우 일부 시설에 대해서는 직원을 포함해 모든 방문자들의 카메라폰의 반입도 금지시키는 한편 산업스파이의 피해를 막기 위해 외부 사진촬영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반도체, 주성엔지니어링 등 첨단반도체나 반도체 장비업체 대부분은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사내 데스크톱의 범용직렬버스(USB) 포트, 플로피디스크를 넣는 장치를 아예 봉인하고 있다.
업계와 국정원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적발된 산업 스파이 건수는 현재까지 6건으로 벌써 지난해 전체 발생건수와 맞먹는다. 이들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약 12조7,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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