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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표는 메모狂

입력
2004.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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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은 나의 힘!"요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사진)의 트레이드 마크는 육영수 여사 스타일 머리 모양도, 1960년대 식 복고풍 의상도 아니다. 스프링이 달린 손바닥 만한 수첩이다. 박 대표는 이 수첩과 볼펜 한 자루를 늘 들고 다닌다. 그는 아침 회의 때면 탁자 위에 수첩을 펼쳐놓고 자신이 메모한 내용을 봐가며 또박또박 입을 연다. 보좌진이 써 준 자료를 읽었던 대다수 당직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수첩에는 뭐가 적혀있을까. 행사 때 한 말의 요점이 날짜별로 정리돼 있다. 여기에 민생 탐방 현장에서 들은 민원, 심지어 식사 자리에서 나온 얘기까지 시시콜콜 담겨있다고 한다. 그는 한 마디로 메모광이다. 자연 수첩의 수명이 짧다. 박 대표는 문구점을 지날 때면 한꺼번에 3∼4개를 직접 사둔다고 한다. 보좌진들은 박 대표의 수첩을 무서워한다. 짬 날 때마다 박 대표가 수첩을 들춰 "며칠 전 그 민원은 답변을 해줬느냐", "지난번 재래시장에서 상인들과의 약속은 진척 상황이 어떠냐"며 꼬치꼬치 캐묻기 때문이다.

한 측근은"식사 도중에도 박 대표의 확인 전화에 밥숟가락을 놓아야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며 "한 달도 더 된 일까지 불쑥불쑥 물어보니 머리가 아플 정도"라고 손사래를 친다. 자연히 보좌진의 수첩도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대표가 메모한 내용을 모르고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보좌진도 열심히 받아 적는다. 박 대표를 보좌하는 한 당직자는 "웬만한 일로는 큰 소리 안 내는 박 대표가 유세기간 중 '좀 전에 상인 얘기를 안 적고 어디 갔었느냐'고 질책해 당황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수첩이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같은 습관이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아무리 작은 민원이라도 자신이 직접 들은 것은 끝까지 챙겼다고 한다.

박 대표가 현장 탐방을 좋아하고 민생을 강조하는 데서도 부친의 이미지가 진하게 풍긴다. 한 당직자는 "박 전 대통령을 보고 배운 면도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따라 하려는 의지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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