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변하고 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남자들의 멋내기란 V존을 넘어서지 못했다. 줄무늬셔츠가 유행하고 꽃분홍이나 연녹색의 화사한 넥타이 색상이 입에 오르내리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난 봄 거셌던 메트로섹슈얼 열풍은 이제 V존이 좁다며 남성정장 전체 영역으로 세를 넓히고 있다. 이번 여름 남성들은 더 대담하고 여유로워진다. 주도 테마는 영화속 남자주인공의 고급 휴양지 차림으로나 눈에 익은 화이트룩(White Look)이다.
하얀것이 아름답다
하얀색 바지에 하얀색 셔츠는 부츠없이도 웨스턴스타일의 멋을 낸다. 캘빈클라인
화이트룩의 부상은 남성의류 브랜드들이 최근 쏟아내고 있는 광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루이비통이나 에스메네질도 제냐, 겐조, 칼빈 클라인, 케네스 콜 같은 해외 유명브랜드들의 광고 비주얼은 하나같이 하얀색 정장을 차려입은 남성의 멋을 부각시킨다. 하얀색 정장에 하얀색 셔츠, 하얀색 구두까지 통일시킨 ‘올 화이트’ 차림이 주류다.
국내 남성브랜드들도 다르지않다. 캐릭터 존에서 인기있는 타임 옴므는 상아빛이 살짝 도는 화이트 정장 차림이나 하얀색 실크의 미묘한 촉감을 강조한 흰색 와이셔츠 차림을 광고 비주얼로 채택했다. LG패션의 알베로나, 제일모직의 엠비오와 로가디스도 하얀색 재킷이나 바지를 빈번하게 등장시킨다. 올 화이트 차림보다는 상하의 중 한쪽에 화이트를 채택, 시각적 충격을 줄이고 있지만 셔츠 외엔 좀처럼 사용되지 않는 하얀색이 양복 정장에 채택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는 마찬가지다.
캐주얼화와 웰빙 트렌드가 배경
전통적으로 검정과 회색, 감색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던 남성 정장에 하얀색이 등장한 것은 정장의 캐주얼화 영향이 크다. 로가디스 디자인실 이은미 실장은 “정장의 캐주얼화는 남성복 실루엣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클래식한 이미지의 정통 정장보다 어깨선을 부드럽게 둥글리고 허리선은 살짝 넣어 몸에 더 밀착되면서 젊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것이 주된 흐름이다. 언뜻 보기엔 캐주얼 재킷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하얀색을 쓰는 부담감이 한결 덜하다”고 설명했다.
웰빙 트렌드와 메트로섹슈얼의 출현을 화이트룩의 부상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알베로 디자인팀 송은영 팀장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멋을 추구하는 웰빙 트렌드로 시원하고 순한 이미지의 흰색이 인기를 얻고있다. 특히 흰색은 메트로섹슈얼의 대표적 아이템인 꽃무늬 셔츠나 화사한 색상의 이너웨어와 같이 매치할 때 깔끔하고 세련돼 보인다”고 말했다.
전에는 남성들이 옷을 기능성이나 신분을 나타내는 표상 정도로 생각했지만 최근 실용성과 함께 자신만의 멋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삼는 등 옷에 대한 남성들의 변화한 인식도 화이트룩의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멋내는 남성’이 일반화한 사회에서 정장만 유독 검정이나 회색이라는 획일적 색상에 묶어두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것이다.
화이트룩- 실루엣이 중요하다
화이트룩을 멋지게 소화하는 데는 약간의 연출 노하우와 자신감만 있으면 충분하다. 무난하게 멋내기로는 흰색을 셔츠나 바지, 재킷 한쪽에만 쓰는 것이 가장 좋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얻은 흰바지를 집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감각적으로 보이는 데는 재킷이 좀 더 유리하다. 올 화이트는 좀 더 대담하게 멋내기를 할 때 시도할 수 있는 방법. 다만 ‘빽구두’에 대해서는 오버라는 지적도 있으므로 간편한 스니커즈를 매치시키는 것이 현명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실루엣을 잡아주는 일이다. 올해는 상박하후가 유행이다. 재킷은 허리선을 넣어 강조하고 바지는 다소 헐렁하게 입는다.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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