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경산시에 위치한 (주)휴머니스(대표 한무환)는 영남대 등과 함께 연간 40만∼50만톤에 달하는 폐섬유를 이용, 유리섬유 대체 단열재 및 자동차 흡음재를 잇달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 이현석 부사장은 "휴머니스 제품은 단열재로 많이 쓰이고 있는 유리섬유보다 10% 정도 가격은 비싸지만 불에 잘 타지 않고 인체에 해가 없다"며 "합성섬유 폐기물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원재활용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제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영업에 어려움이 없지 않지만 자동차 흡음재의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의 내년 하반기 모델에 적용하기 위한 테스트 문제를 협의중이다.
대체 원자재 개발이나 자원 재활용으로 원자재난을 극복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이른바 '대체원자재 및 재활용 마케팅'으로 세계 시장을 노리는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차량용 안테나 제조업체인 경기 남양주시 (주)마이크로페이스(대표 정경환)는 금속안테나를 대체한 플라스틱 안테나를 개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금속 안테나와 효율은 같으면서도 가벼운 플라스틱을 이용해 제품단가를 낮춘 데다 이동성을 크게 높이고 원자재 대란 속에서 원자재 대체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위성 자동추적장치가 장착돼 있어 차량·선박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위성방송을 수신할 수 있다.
2003년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마이크로페이스는 이 제품으로 국내외 특허등록는 물론, 신기술인증(KT)·우수품질인증(EM)을 받았으며 위성방송 본거지인 유럽에 수출도 하고 있다. 올 하반기 미주지역 수출 및 국내 시판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 시흥시의 나우밸브(주)(대표 이학재)도 황동밸브를 플라스틱으로 대체한 플로트밸브(볼탑)을 개발,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양변기나, 물통, 보일러, 정수기, 화학약품 탱크 등 각종 저수조에 사용하는 이 밸브는 합성수지로 제조해 부식이 없고 내약품성과 내오염성을 갖춘 친환경적인 제품이다. 황동제품에 비해 낮은 생산원가와 다양한 기능이 추가돼 가격과 기능면에서 경쟁력이 높다. 이 회사는 이 제품에 대해 세계각국에 특허출원을 해놓은 데 이어 올해부터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 중국에 600만달러 어치를 수출키로 계약했다. 필리핀과 일본 수출도 협의중이다.
축산폐수 정화 때 문제가 됐던 부식물질을 추출하는 (주)환경비전21(대표 이상빈)은 부식물질을 토양개량제, 인공배양토, 식물생육촉진제의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이 기술은 지난 한해 기준으로 캐나다와 중국 등에서 30만달러에 이르는 원자재를 수입하던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강판 생산공정용 윤활유를 생산하는 (주)광우파카(대표 정태량)는 유가가 급등하자 광물성 원료를 식물성 원료로 대체, 고유가 시대를 이겨내고 있다.
토목공사 전문 업체인 피에스테크(대표 황문삼)도 최근 토목공사에 사용하는 H형강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건설 현장 바닥 공사 때 기초 공사에 쓰이는 H형강을 공사가 끝난 뒤에 손쉽게 뽑아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로인해 최근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값이 원자재 대란 속에 이 업체는 획기적인 비용절감을 해내며 위기를 극복했다. 회사측은 이 기술을 한국과 일본에 특허 출원한 상태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김승신 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대체 원자재 개발에 심혈을 쏟고 있으나 업계 전반적으로 대체재가 파급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며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대체재 개발에 나서는 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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