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다리가 쑤셔 반평생을 불구자나 다름없이 산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경남 고성군 폐광산 인근 주민들이 중금속인 카드뮴(Cd) 중독으로 뼈가 물러지고 관절통을 심하게 호소하는 등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의심되는 증세를 보여 환경부와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 등이 정밀조사에 나섰다.
이 광산은 1953년부터 40년 가까이 구리 등을 채광하다 92년 폐광돼 주변에 15만㎗의 폐광석이 쌓여 토양과 지하수가 장기간 오염됐는 데도 그동안 환경부와 산자부의 폐광산 오염방지대책에서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클 것으로 보인다.
3일 경남 고성군 삼산면 병산마을. 마을에서 1㎞ 정도 떨어진 구리 폐광산인 삼산제일광산 입구에는 계곡바닥의 돌이 청동색으로 물들어 있고 폐광수가 여전히 마을로 통하는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부설 시민환경연구소 수질환경센터(소장 양운진·경남대 환경공학부 교수)가 마을 주민 7명을 마산삼성병원에 의뢰해 혈중 카드뮴 농도를 조사한 결과, 6명이 2.51∼6.64(단위 ppb)로 정상인의 허용기준치(2)를 초과했다. 특히 서모(75)씨와 최모(76·여)씨는 카드뮴에 노출된 작업자의 평균치인 5.0보다 높은 6.64와 5.12로 측정됐다. 주민들의 소변에서도 3.8∼11.59의 카드뮴이 검출됐다.
카드뮴은 인체내 잔류성이 강해 장기간 체내에 축적되고 중독증세를 일으킬 경우 신부전 등 신장기능장애와 만성폐기능장애 골연화증 빈혈 등을 유발한다. 이 마을 주민 상당수는 뼈와 관련된 질환으로 인해 유모차 등 보조기구에 의지해 보행하는 등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주민 설문조사 결과, 일부는 뼈가 자주 부러지고 외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에게도 비슷한 증세를 보였다는 답변이 나왔다. 마을 이장 양창수(58)씨는 "주민의 절반 가량이 요통과 관절통, 사지근육통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용(40) 연구기획실장은 "97세대 219명의 주민들은 불과 8년 전 군에서 상수도를 설치하기 전까지는 이 물을 음용수로 사용하고 벼를 재배해 오면서 물과 쌀에 함유된 카드뮴 성분이 인체에 축적된 것으로 보인다"며 "카드뮴 오염으로 '이타이이타이'병이 집단 발병한 일본 도야마 지역의 오염체계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폐광 갱내 지하수 수질도 카드뮴 성분이 먹는 물 수질기준인 0.005갧을 5배나 초과했다.
환경부는 "해당 광산과 인근 지역에 대해 오염실태 파악 및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정밀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이동렬기자 dylee@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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