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 소녀'라는 수식어는 스스로도 "늘 즐겁고 재미있고 하나같이 '어리버리'한 캐릭터만 맡았다"고 말하는 연기자 장나라(23)에게 딱 들어맞는다.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SBS '명랑소녀 성공기'(2002년)에서 그녀는 코믹 발랄한 시골소녀 '양순이'의 화신(化身)이었고, MBC '내 사랑 팥쥐'(2002년)에서는 실수투성이 놀이공원 직원 '양송이'였다.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대학 안 간다"고 담임 선생님에게 대들고 이혼한 엄마에게 "아줌마면 아줌마답게 굴어야지, 나보곤 학생답게 굴라면서 엄만 왜 처녀인척 해?"라고 쏘아붙이는 맹랑한 고3 수험생 진보라로 돌아온다.
12일부터 방송되는 MBC 주말연속극 '사랑을 할거야'(극본 박지현, 연출 이주환·26부작)는 김옥순―진보라 모녀와 연성훈―하늘 부자가 엇갈린 '사랑'을 놓고 벌이는 전쟁을 가벼운 톤으로 그린다.
보라는 유명 만화가이지만 사업을 핑계로 툭 하면 돈을 빼앗아가고 폭행도 일삼는 아빠와 헤어진 엄마 곁을 지키는 든든한 큰 딸이자, 대학생 하늘(연정훈)과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는 야무진 여고생. 하지만 엄마 옥순(김미숙)과 하늘의 아버지 성훈(강석우)이 고교 사진동아리 선후배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보라와 하늘의 관계를 까맣게 모른 채 결혼을 선언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강원 고성군 현내면 촬영장에서 만난 장나라는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녀는 이주환 PD가 진보라 역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덥석 승낙했다.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런데 극중에서는 '얼짱' '공부짱'이에요. 똑똑하고 냉철하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정 많은 고등학생이죠." 배역에 대해 설명하며 그간 이미지와는 딴판인 '똑순이' 역을 맡은 게 쑥스러운지 그녀는 키득거렸다. "저도 가끔 똑똑할 때가 있거든요. 간만에 그런 역 맡아서 기뻐요."
그래도 장나라는 어디까지나 장나라다. 인터뷰 도중 테이블 위에 놓인 디지털 녹음기를 보자 대뜸 눈이 휘둥그래지며 "이거 얼마에요? 비싸죠?"라고 묻는가 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툭툭 두들기고 음료수병에 붙은 종이 상표를 떼는데 열중이다.
마음을 숨기는 법도 없다. 쉬는 동안 "발음이 너무 안 좋아서 책을 소리 내서 읽는 훈련도 하고 아빠랑 대본 리딩도 했다"고 털어놓은 그녀는 이내 한 발짝 더 나간다. "사극에서 장희빈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저도 의외로 독한 면이 있거든요. 전에 했던 지나치게 깜찍하고 발랄한 스토커 말고 영화 '미저리'에 나오는 끔찍한 스토커역도요."
하지만 극중에서처럼 부모님의 결혼 때문에 자신의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자못 진지하다. "부모 뜻을 거역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될 때까지는 설득할 거에요. 저희 엄마 아빠는 들어주실 것 같아요."
연극배우인 아버지 주호성씨에게 아직도 용돈을 타 쓰고 이것저것 의존하는 그녀가 보여준 자신감의 정체는 뭘까. "안티 팬들이 말하는 것처럼 '아버지의 조종을 받는 마리오네트 인형'은 아니에요. 아빠는 환갑을 얼마 안 남겨뒀고, 저는 점점 커서 스물 네 살이나 됐는걸요."
꼬맹이 때 아버지가 에스트라공 역을 맡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면서 "어린 마음에도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는 느낌"을 받았다는 그녀. 드라마에서 엄마 역을 맡은 선배 김미숙에 따르면 "표정 연기와 끼가 천부적"이라는 장나라의 변신이 이제 막 시작됐다. /고성=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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