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친미파로 알려진 아흐메드 찰라비(사진) 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이 이란의 스파이였다는 의혹이 커져 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이면서도 영화 같은 뒷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이 같은 의혹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난 달 20일 미 CBS 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미 행정부는 찰라비가 이란 스파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으며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가면서부터다.
10여 일 뒤인 2일 찰라비가 이란의 스파이라는 의혹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미 주간 뉴요커지의 보도에서 의혹이 보다 구체화했기 때문. 뉴요커는 최신호(7일자)에서 찰라비가 이란에게 유출한 정보는 미국이 이란의 통신 암호를 해독했다는 내용이라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이 찰라비의 스파이 활동을 인지한 뒤 미국과 이란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찰라비는 약 6주 전 바그다드의 이란 정보관계자에게 미국이 이란 정보기관의 암호를 해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를 믿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란 정보요원은 찰라비와의 대화 내용을 전보를 통해 문제의 암호로 상부에 보고했다. 미국은 이 전보를 도청, 찰라비의 스파이 활동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이후 이란은 미국의 암호 해독 여부를 시험하기 위해 이 암호로 이라크 내 특정 위치에 무기 은닉처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유통시켰지만 미군은 이를 모른 척했다.
미국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또 10여일 전 CNN 등 주요 언론에 찰라비가 이란에 어떤 정보를 유출했는지 구체적으로 보도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까지 이란은 미국이 해독한 암호를 계속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가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뉴스위크 인터넷판은 2일 '빙산의 일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찰라비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 계획도 이란에 사전 전달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심지어 이란이 미국으로 하여금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도록 유도했다고 보고 있다고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찰라비가 이란의 이중간첩으로 이라크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등 거짓 정보를 흘려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강행하게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언론에 이런 정보를 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에 거짓정보를 제공한 '괘씸죄'에다 임시정부의 인선이 마무리된 마당에 주권이양, 이라크 발전기금 통제권 등에 관해 미국과 이견을 보여온 찰라비를 '팽'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찰라비는 그 동안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대체할 이라크의 통치자로 여길 정도로 가장 신뢰하고 의존하던 정치인이었다. 찰라비는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뒤 이라크 과도통치위(IGC) 위원에 임명됐고 올해 초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 특별 손님으로 초청돼 로라 부시 여사의 바로 뒷자리에 앉는 특별대우를 누리기도 했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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