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7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방침'을 놓고 대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와 우리당은 1일 당정회의에서 분양원가 공개 대신 '분양원가 연동제' 방식을 도입키로 했으나 각계 비판이 쏟아지자, 천정배 원내대표는 3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신중히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당내 정책 전문가들이 "분양원가 공개는 당초 총선 공약이 아니다", "원가연동제가 더 현실적인데도 당 지도부가 표만 의식하고 있다"며 반발했는가 하면 신기남 의장은 "분양원가 공개를 관철하겠다"고 밝히는 등 제각각 다른 소리를 냈다.신기남 의장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방침은 투명화를 통해 아파트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것으로 당의 원칙이자 총선 공약"이라며 "원칙을 저버리는 개혁 후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공약대로 분양원가가 공개될 수 있도록 추진해달라고 천 원내대표에게 강력히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천 원내대표는 당 기자실에 찾아와 "총선 공약을 백지화한 것이 아니다"며 "총선 공약도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던 만큼 공청회와 의원총회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신 의장에 비해 훨씬 소극적 입장으로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셈이다.
혼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총선 당시 민생경제특별본부장을 지낸 정덕구 의원은 기자와 만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총선 때도 논란이 많아 당시 공공택지 원가 공개만 총선 공약에 포함시켰던 것"이라며 "'신중히 검토'라는 대목은 표를 의식한 것으로,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분양원가 공개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일본처럼 제2, 제3의 파장 때문에 금융공황 상태가 오게 된다"며 "그러면 최근 신용불량 사태까지 맞물려 은행권이 흔들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통부장관 출신인 안병엽 제3정조위원장도 2일 MBC라디오 방송에 출연, "값싼 가격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려면 원가공개보다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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